중고교, 전문대, 대학 등 1857개 사립학교가 가입돼 있는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사립학교의 간판을 빌려 친북(親北)좌파 전위대를 양성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팔순의 조용기 연합회장은 “개방형 이사가 전국 사학에 3000∼4000여 명 포진하고 이들이 형성한 네트워크에 전교조가 가세하면 모든 사학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학이라는 간판 아래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교육에 들러리를 설 수 없으니 국가가 (차라리) 사학을 몰수하는 게 낫다”고 했다.
황낙연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사무처장은 “사학 설립자들이 사유재산을 털어 학교를 설립해 수많은 인재를 육성해 왔는데 정부가 이제 와서 (사학을) 범죄집단 취급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전북 전주 상산고의 홍성대 이사장은 “사학마다 건학이념이 있기에 돈을 내고 학교를 세운 것인데, 다른 이념을 가진 인사들이 뛰어들어 헌법에도 맞지 않는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강의하려 든다면 그런 학교는 없는 게 낫다”고 했다.
이들의 지적은 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이유 있는 항변들이다. 사학의 투명경영은 엄격한 감사와 자체 윤리위원회를 통해 유도하는 것이 옳다. 비리 사학이 있다면 실정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그럼에도 여권(與圈)이 사유재산 침해와 연좌제 금지 위배 등 위헌소지가 있는 사학법 개정을 강행한 것은 교육내용은 물론이고 학교운영까지 ‘코드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교육부는 뒤늦게 내년 7월 1일 시행 이전까지 대통령령을 통해 사학의 건학이념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교육과 국가의 장래를 걱정한다면 야당과 함께 재론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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