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에는 거인의 찻잔 속에서 걸리버가 헤엄치는 장면이 있다. 거인국 사람들의 키는 걸리버보다 12배 크다. 이 거인은 정상인인 걸리버를 단순히 12배 늘린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학적 측면에서 이런 거인이 실제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관련된 과학적 원리는 동아일보 11월 29일자 A27면에 게재된 서울대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예시문항 자연계열 3번 문항의 제시문 참조)
■ 학생글 - 김수철 부산 브니엘고 3학년
①여러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키가 수십 m, 몸무게가 수만 t인 거인들이 나온다. ②그런데 과연 그런 거인들이 살 수 있을까?
③제 생각으로는 이런 거인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표면적에 비해서 지나치게 커버린 체적이 문제입니다. ④아마 모든 기관이 x축, y축, z축이 12배로 증가하게 되면 그 골격은 증가한 체적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⑤골격의 강도는 그 길이와 단면적과 밀도와 상관 있습니다. 그런데 12배씩 증가하면 그 단면적이 체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그 길이가 길어진다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기둥에서 압력을 잘 견디게 하려면 길이는 짧게 굵기는 굵게 해야함). ⑥거인은 무거워진 무게에 세로로 된 뼈들은 단면적의 적은 증가로 인해 부러지고 가로로 된 뼈들은 길이가 길어짐으로 인해 부러져서 거인은 즉사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에너지 문제입니다. 원래 작았던 사람이 커지게 되면 커지게 되더라도 생활환경은 그대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커져 버린 몸을 유지할 에너지를 얻기는 매우 힘들 것입니다. 열의 발산량은 표면적에 비례하므로 크기가 12배가 되면 표면적은 그 제곱에 해당하므로 음식으로 얻어야 할 에너지도 12배의 제곱으로 필요한데 그 많은 양을 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⑦세 번째로 체내기관의 문제입니다. 커져 버린 거인의 혈관은 그 탄력성은 변하지 않으므로 체내를 흐르는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릴 것이고 신경의 전달 속도는 그대로인데 몸이 커져서 감각을 느끼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환경에서의 생존이 어려울 것입니다. ⑧이상의 조건들 때문에 거인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 첨삭지도
① 참신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다. 도입부는 논제와 관련한 내용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걸리버 여행기에는 보통의 인간보다 12배나 큰 거인이 등장한다’ 정도로 고치자.
② ‘그런데 12배나 늘어난 신체구조를 지닌 인간이 있다면 그는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처럼 논제 제시를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
③ 논술문은 평어체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어체 사용은 논술문 작성의 금기 중 하나이다.
④ 논술에서 ‘아마…’와 같은 추측적인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신감 있고 단정적인 어투로 글을 쓰자. ‘모든 기관이 12배로 증가하면 뼈는 몸무게가 주는 압력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⑤ 과학적 원리를 밝혀 주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체적은 세제곱으로 늘어나므로, 몸무게도 12의 세제곱인 1728배가 더 나가게 된다. 하지만 골격의 강도는 이에 따라가지 못해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
⑥ 표현이 명확하지 못하다. 주술 호응관계를 생각하여 요점을 다시 정리하여 표현해 보자. ‘거인의 다리는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부러질 것이며, 결국 거인은 죽게 될 것이다’가 나을 것 같다.
⑦ 글의 내용상 다음에 나오는 문장으로 볼 때, 체내기관의 문제를 ‘신진대사의 문제’로 고쳐 주는 것이 좋다.
⑧ 논제는 거인의 생존 가능성이므로, 논제와 관련한 정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이상의 조건들로 볼 때 신체가 12배로 늘어난 거인은 현실에서 생존할 수 없다.’
■ 총평 - 논술은 평어체 서술이 기본… 경어체 쓰면 안 돼
12배가 불어난 몸집을 지닌 거인은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나름대로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점은 논술의 기본과 관련한 사항이다. 종결 형태 면으로 볼 때 특정한 상대자를 대상으로 한 글이 아니라면 경어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논술의 독자는 일반 대상이므로 보통 말씨인 평어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과학논술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필수사항이 있다. 첫째,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이 잘 제시되어야 한다. 둘째, 내용상에 과학적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이 글은 다소 미흡해 보인다.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지적하기로 하자.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과학적 원리에 입각한 체적 계산이 나와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거인은 12배가 커졌지만 체적은 세제곱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거인의 몸무게는 12×12×12=1728배로 증가한다. 하지만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 관점에서 골격의 강도는 12배의 제곱인 144배만큼만 늘어나 거인의 뼈는 생존하기에는 지탱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원리에 입각한 체계적인 설명이 과학논술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과학논술은 과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력과 응용력을 시험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바란다.
정규태 동아사이언스 논술전문위원
■ 생각 넓히기
자연현상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생각해 본다. 생명체가 종류에 따라 다른 형질을 가지는 것은 특수성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형 동물들의 하체가 몸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굵다는 사실이나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질대사를 통해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은 보편성의 예다.
세포가 왜 현재와 같은 크기가 되었는지 생각해 본다. 너무 작으면 세포 본래의 기본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너무 크면 부피-표면적의 원리에 따라 물질의 이동 통로인 세포막이 에너지 대사량에 비례하는 체적에 비해 좁아서 세포 내에서 제대로 물질대사가 일어나지 못한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포유류와 조류는 주위 환경의 온도와 상관없이 자신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정온동물이다. 체온이 주위보다 높을 경우 열을 빼앗긴다. 이때 빼앗기는 열량은 표면적이 넓을수록 많아진다. 정상인이 거인처럼 커져 체열 손실이 늘어나는 경우 항상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압력과 힘은 구별해 생각해 보자. 압력은 단위면적당 작용하는 힘의 크기로 단위는 N/m2다. 이는 압력이 힘과 다른 물리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크기의 힘을 가하더라도 손을 펴서 때릴 때와 주먹을 쥐고 꿀밤 먹일 때 효과가 다른 것은 두 경우의 압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정록 동아사이언스 논술전문위원
■ 고등학생 다음(12월 20일) 주제
어릴 때부터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게 사회화된다. 남자아이가 울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남자답지 못하다고 야단을 맞고, 여자아이는 얌전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성별의 차이보다는 개인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높다. 남성상과 여성상이 어떻게 달라지는 것이 바람직한지 본인의 의견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12월 16일까지, 중학생은 12월 23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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