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法위에 있나”…인권정책 권고안 논란 확산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04분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범위 확대, 국가보안법 폐지, 쟁의행위에 대한 직권중재제도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趙永晃)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인권 NAP·National Action Plan) 권고안에 대한 논란이 시민단체와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본보 19일자 A1·2·3면 참조

이 권고안의 내용 대부분이 첨예한 이슈인 데다 내년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맞물려 있어 진보·보수진영 간,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뉴라이트 단체인 자유주의연대 신지호(申志鎬·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대표는 “인권위의 권고안은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권고안”이라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인권위가 성전환 수술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토록 하는 등 소수를 위한 인권보호에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작 수백만 명이 관련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일관된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대 제성호(諸成鎬·법학과) 교수는 “안보 상황 등 국내외적 여건과 국민정서, 사회적 전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권 증진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인권위가 한쪽 주장에만 너무 쏠려 국가기관으로서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권위가 공무원의 정치참여 확대 등을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권고안을 만든 것은 법의 위에 있겠다는 것”이라며 “비정부기구(NGO)인 시민단체와 국가기관이 어떤 차별성을 띠어야 하는지 반문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권은 비전향장기수나 강정구(姜禎求) 동국대 교수와 같은 분의 인권은 생각하면서 북한 동포나 국군포로, 납북자, 탈북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인권위의 권고안에 대해 “국보법 폐지 등 역사의식이 전혀 없는 건의만을 하고 있다”며 “인권위도, 정부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吳昌翼) 사무국장은 “인권은 국민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며 “유엔 세계인권선언이나 여러 국제 인권규약을 근거로 인권위의 주장이 치우쳤는지를 따져야지 국민 여론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 국장은 “인권위가 원칙에 충실해야만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권고안이 기존에 많이 논의된 사안만을 담고 있고 빈부 양극화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 위원 11명은 인권 NAP 최종 의결을 앞두고 19일 오후 인권 NAP 관련 워크숍을 열었다. 인권위의 한 위원은 “인권 NAP 권고안의 내용 가운데 60%가량에 대해 심의를 마쳤다”며 “일부 문구에 대해 수정 의견이 나왔지만 전체 내용은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들은 26일 오전 2차 워크숍을 열어 인권 NAP 권고안의 심의를 마친 뒤 내년 초 의결 과정을 거쳐 권고안을 정부에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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