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 끝내 불시착…한성항공, 1월말까지 운항중단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25분


“한국의 ‘저가(低價) 항공’ 실험은 실패인가.”

국내 첫 저가항공사인 한성항공이 19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서울지방항공청에 요청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늘리고 지방공항을 활성화하는 시도로 환영받았던 첫 저가항공사가 출범 110일 만에 날개를 접자 항공업계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한성항공은 왜 실패했나

경영권 분쟁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한성항공은 한우봉 대표이사 사장 등 현 경영진과 이덕형 전 사장의 부친인 이정한 이사 등 전 이사진이 경영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여 왔다.

이로 인해 출범 전부터 회사 안팎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타이어 펑크 사고가 발생해 안전에 대한 신뢰마저 크게 떨어졌다.

10월 말 제주공항에 착륙한 뒤 계류장으로 이동 중이던 청주발 비행기의 뒤쪽 타이어 2개가 한꺼번에 펑크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성항공이 확보해 둔 예비 타이어가 1개밖에 없어 이틀간 운항을 중지한 사실이 알려지자 70%대였던 탑승률은 10∼20%대로 크게 떨어졌다.

결국 돈이 없어 항공기 임대료와 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했고 안전운항의 필수 부품도 확보되지 않아 운항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장성지 상무는 “항공산업은 장치산업이어서 초기 투자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투자도 별로 하지 않고 비행기 1대로 영업을 하겠다는 게 무리였다”고 분석했다.

저가항공 산업이 활발한 유럽이나 미국 시장과 달리 국내 노선망은 규모가 작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한성항공의 청주∼제주 노선은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다.

○ 제대로 된 저가항공사가 나와야

한성항공에 이어 내년 6월 출범 예정인 애경그룹의 제주에어는 이번 사태에 크게 신경 쓰는 눈치다.

제주에어 김경춘 기획관리팀장은 “저가항공사에 대한 이미지가 깎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우리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고 중고 비행기 임대가 아닌 신형 비행기 구매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에어는 부정기 노선 사업자인 한성항공과 달리 정기항공 운송 사업자로 면허를 받아 △서울∼제주 △서울∼부산 △제주∼부산 △서울∼양양 등 총 4개 노선을 하루 50회(편도) 운항한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연명 항공교통연구실장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화가 필수인데 이번 일로 국내 저가항공 산업이 위축돼선 안 된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 사업자들은 안전에 관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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