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까… 자선냄비에 3천만원 봉투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다. 그들은 사랑과 감동을 남긴 채 조용히 사라진다. 말없이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얼굴 없는 천사들’ 덕분에 자선냄비에는 사랑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사랑의 계좌’에 희망이 싹튼다. 구세군 직원들은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그랜드백화점 앞에 설치한 자선냄비를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흰 봉투 속에 1000만 원짜리 수표 3장이 들어 있었다.》

누가 넣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틀 전 구세군 교회로 전화를 걸어 자선냄비 위치를 물어보던 4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

11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에 설치된 자선냄비에 40대 시각장애인 부부가 다가왔다. 이 부부는 “지금까지 도움만 받고 살아와 조금이라도 베풀고 싶었다”며 성금을 낸 뒤 중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입구에서는 남루한 차림의 중년 아주머니가 자선냄비에 두툼한 봉투를 넣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봉투에는 현금 10만 원과 함께 금팔찌 2개, 귀고리, 반지가 들어 있었다.

구세군사관학교 장희경(47) 사관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이웃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천사’들이 있어 역시 살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일부터 ‘희망 2006 이웃사랑 캠페인’을 벌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익명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14일 광주 동구 금남로5가의 모금회 광주지회 사무실에 40대 중반의 남자가 찾아와 “소아암 환자를 위해 써 달라”며 6000만 원짜리 수표 1장을 기탁했다. 이 남자는 19일에도 1000만 원어치의 농산물상품권을 맡겼다.

모금회가 만든 ‘사랑의 계좌’에는 최근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회사원이 9800만 원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에도 3000만 원을 내놓았다.

40대 자영업자는 지난해 2300만 원을 보낸 데 이어 올해는 3000만 원을 보냈다. 전직 변호사라고 밝힌 한 80대 노인은 1000만 원을 기탁했다.

대전 서구 내동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 ‘한밀의 집’에는 2대에 걸친 사랑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7년여 동안 이름을 밝히지 않고 매월 100만 원씩 보내오던 노인이 2년 전 세상을 뜨자 아들이 계속 성금을 보냈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사무소에는 2003년부터 3년째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달라는 익명의 전화와 함께 쌀이 배달된다.

지난달 택배를 통해 20kg짜리 쌀 50포대(250만 원 상당)를 받은 동사무소는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익명의 독지가는 정중히 사양했다.

저소득층 주민이 많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사무소에도 4년 동안 크리스마스 때마다 100만∼500만 원의 현금과 돼지저금통을 놓고 가는 시민이 있다. 한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체감온도탑이 19일 현재 총 591억 원(약 49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억 원 많이 모금됐다고 20일 밝혔다. 모금회의 올해 목표액은 1205억 원이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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