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총을 든 범인 중 한 명은 농협 입구를 지키고 다른 한 명은 지점 안에 있던 남녀 직원 6명과 손님 3명을 위협하면서 모 은행 김해지점에 개설된 계좌번호를 제시하며 “9억5000만 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거액의 현금을 이체하는 데는 본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끌자 범인들은 가방을 던지며 현금을 요구했다.
직원들이 금고에 있던 현금 6000만 원과 10만 원권 수표 100장 등 7000만 원을 건네자 범인들은 미리 준비한 경북 번호판의 흰색 엑센트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범인들이 타고 달아난 차는 오전 10시 45분경 농협에서 20km 떨어진 경북 경주시 외동읍 북토마을 입구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직원들은 울산서부경찰서 지구대 및 경비업체와 연결된 비상벨을 눌렀으나 범인들이 머물렀던 4∼5분 동안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은 출동하지 않았다. 농협에서 경찰 지구대는 약 8km 떨어져 있다.
또 당시 농협 폐쇄회로(CC)TV가 가동됐으나 범행 시간대에는 녹화되지 않아 치밀하게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내부직원과 짜고 CCTV 작동을 멈추게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경 범인들이 제시한 은행 계좌로 현금을 인출하러 온 30대 남자 3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나 “심부름으로 돈을 인출하러 왔다”며 범행 가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