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농사 망쳐 눈앞이 캄캄”… ‘눈 폭탄’ 나주 산포면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3분


전북 정읍의 시민과 공무원이 휴일인 25일에도 도로에 쌓인 눈을 중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정읍=연합뉴스
전북 정읍의 시민과 공무원이 휴일인 25일에도 도로에 쌓인 눈을 중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정읍=연합뉴스
“먹고살 것은 이것뿐인데…. 어떻게든 일어서야죠.”

25일 전남 나주시 산포면 등정마을.

마을 안쪽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119소방대원들이 휘어진 철제 파이프를 절단기로 잘라냈다. 절단된 파이프를 한쪽으로 옮기는 전·의경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일부는 비닐하우스 위로 올라가 50cm 이상 쌓인 눈을 걷어내고 녹아내린 물을 퍼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쪽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40개 동 가운데 17개 동이 무너지는 피해를 본 이정길(46) 씨는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 응급 복구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내달 20일 출하하려고 했던 쪽파가 모두 냉해로 못쓰게 됐지만 복구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 2월 중순에는 수박 파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먼 길을 마다 않고 와준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남지방경찰청 기동7중대 조영석(22) 수경은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쪽파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실의에 빠진 농가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장인규(45) 시설1팀장은 “현장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피해가 심각하다”며 “비닐과 보온덮개, 동력절단기 등 구호 장비가 필요할 것 같아 가져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5일부터 소방관, 건설사 등으로 구성된 응급복구단을 지원하는 하는 한편 이날 이명박(李明博) 시장과 공무원, 소방대원, 자원봉사자 등 130여 명이 등정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이고 시와 자치구에서 모금한 2억7500만 원을 전남도에 전달했다.

이 밖에 경기도와 경남도 공무원을 비롯해 한국마사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 등이 복구 작업을 도왔다.

이날 하루 폭설 피해 복구 작업에 투입된 군인과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은 전남 6719명, 전북 4121명 등 모두 1만840명.

20∼22일 폭설로 복구가 한때 지연됐으나 23일부터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면서 이날 현재 광주는 모두 완료됐고 전남은 전체 응급 복구율이 75.8%로 집계됐다.

복구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김정남 전남도 재난민방위과장은 “이번 폭설이 농촌지역 비닐하우스에 집중돼 철제 파이프 절단기와 이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절실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비닐하우스의 경우 복구율이 53%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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