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온라인에서의 저작권 강화’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 고교생 논술 주제

e메일 메신저 미디어플레이어 등 온라인을 이용한 정보 교류에 대해 저작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저작물에 대해 독단적인 소유권을 인정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 개념이 일반적이지만, 그 반대로 유용한 정보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도록 공개하자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도 일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저작권 강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800자 이내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김병준 인천 연수고 2학년

①저작권이란 저작자가 가지는 저작물에 대한 독점적인 소유권이다. 최근 일어난 소리바다 사건도 저작권에 얽힌 대표적 사건 중에 하나다. 소리바다를 옹호하는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②정보의 독점화와 자유로운 소통방해를 외치며 소리바다 유료화 판결을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저작권 강화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③고유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우선 그들은 정보의 독점화를 우려한다. ④정보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때 그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공유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뒤에 이루어져야 한다. 저작물에 대한 불법적 공유 행위는 흡사 절도행위와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저작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며, 불법복제로 인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침체시킨다. ⑤우리나라가 불법 복제 천국이라는 사실은 해외에도 널리 퍼져있을 정도다.

한편 그들은 저작권의 강화가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⑥정보의 제한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에는 분명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도 몇몇 누리꾼들은 댓글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책임 없는 발언을 일삼으며 자유로운 소통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⑦다시 말하면 그들은 방종에 가까운 주장만 강조하며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고, 저작권 소유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음악, 사진, 책, 영상 등의 문화 산업들은 점점 온라인 매체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레코드판에서 CD로, CD에서 MP3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온라인에서의 저작권 강화가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 첨삭지도

① 서론에서 글 전체의 주제가 되는 핵심 개념을 정의하여 논의에 혼란이 없도록 한 점은 바람직하다.

② 원래 의도는 정보의 독점을 반대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를 주장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작권을 강화하게 되면 정보가 독점될 수 있고 자유로운 소통도 방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로 고치거나, 아니면 ‘정보의 독점과 자유로운 소통의 방해를 이유로 들어’로 고쳐 보자.

③ 고유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으면 모호한 표현이 된다.

④ 정보 독점을 우려하는 주장에 대한 간접인용으로는 내용이 불충분하다. 공유를 통해 정보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는 점보다는 독점이 가져올 폐해가 일반적으로는 더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 측면을 모두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⑤ 앞 문장과의 연결이 모호해 이 문장의 기능이 분명하지 않다. 불법 복제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침체된 예로서 우리나라를 거명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⑥ 모호한 주장. ‘정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되어’로 고쳐야 할 것이다.

⑦ 내용에 따라 문장을 나눠 뜻이 명료하게 전달되게 해야 한다. ‘그들은 두 가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첫째는 아무 말이나 마음껏 내뱉는 방종에 가까운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오해한 것이다. 둘째는 표현의 자유는 강조하면서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 자유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범한 것이다’로 바꿔 쓰는 것이 좋다.

■ 총평

이 답안은 서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수 있다. 짧은 글이고 또한 찬반 논의를 해야 하는 글이기에 문제 제기와 더불어 자신의 입장을 미리 밝힌 점이 좋았다. 첨삭에서 지적한 것처럼 표현상의 문제는 있었지만, 정보의 독점화 및 자유로운 소통 여부가 논의의 쟁점임을 미리 정리해 전체 구도를 밝혀준 점도 좋았다.

또 전체적으로 논쟁적 접근을 시도한 논술다운 글이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본론에서 반대 입장의 주요 주장을 두 가지로 나눠 각기 논술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내용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반대 주장에 대한 반박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박의 요지가 명료하지 않다. 예를 들어 둘째 문단은 정보 독점이란 문제를 들어 저작권 강화를 반대하는 입장에 대하여 반론을 제시하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의 답안은 정보 공유가 초래할 부정적 결과에만 주목하고 있지, 정보 독점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셋째 문단에서도 저작권 강화가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방해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자유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좀 더 분명하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반론의 초점을 명료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 생각 넓히기

① 지적재산권은 ‘공업소유권’과 ‘저작권’으로 분류된다. 문학예술 및 과학 작품뿐만 아니라 공연·음반 및 방송, 공업의장 등록상표·상호 등에 대해서도 인정된다.(일반사회, 법과사회)

② 12월 6일 인터넷 파일 공유(P2P) 프로그램을 규제하고 친고죄 조항을 폐지하는 등 저작권을 강화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누리꾼(네티즌)들과 시민단체 및 인터넷업체들은 지나치게 저작권자와 문화산업계의 입장을 내세운 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정치, 법과사회)

③ 온라인상의 저작권 보호는 개인 간 정보 공유와 업체의 상업적인 서비스 등에 대해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또 공공재 성격이 강한 정보는 저작권보호를 약화시키고 정보이용자의 권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경제, 일반사회)

④ 산업혁명 이후 ‘자본독점’에 의한 극단적인 불평등 현상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낳고 사회주의 혁명을 야기했듯이 정보혁명 이후 ‘정보독점’에 의한 극단적 불평등 현상이 발생하면 제2의 사회주의 혁명이 초래될 수도 있음을 이해한다.(윤리, 세계사)

⑤ 완전한 저작권 사유와 완전한 저작권 공유(共有) 또는 공유(公有)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흑백논리를 버리고 균형이 중시되는 시소의 원리에 따라 정보기술 발달을 반영하고 국민 여론을 존중한 저작권 입법이 필요하다.(법과사회, 윤리)

최 강 최강학원장

■ 고교생 다음(내년 1월 3일) 주제

군 복무 중 위암에 걸려 전역 직후 숨진 노충국 씨 사건으로 국방의 의무와 개인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열악한 군대 내의 인권과 부실한 의료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공공 의무에 종사하는 개인의 권익보호를 위해 국가 등 집단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고교생은 12월 30일까지, 중학생은 내년 1월 6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 글 보낼 곳: 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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