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농민시위가 과격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경찰의 과잉진압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인권위 판단=인권위는 경찰이 ‘경찰장비 관리규칙’을 어긴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이 규칙에 따르면 방패의 날을 세우거나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진압봉으로 머리를 직접 가격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시위현장에선 진압대원들이 방패와 진압봉을 휘둘러 수백 명이 다쳤다.
진압경찰은 또 올 4월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내린 ‘집회시위현장 인권보호 강조 지시사항’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시사항에선 해산시켜야 할 집회라 하더라도 주최자에게 3회 이상 해산명령을 내린 이후에 직접해산을 실행토록 하고 있으나 당시에는 해산명령 없이 직접해산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인권위는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에게 유례없이 서울경찰청 수뇌부를 집단 경고하도록 권고했으며 두 농민 사망에 직접 가담한 기동대를 별도로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하는 등 가장 높은 수위의 결정을 내렸다.
▽경찰 반응=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는 인권위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국가기관이 경찰의 책임을 인정한 만큼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 장관과 허 청장을 파면하라”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장외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 지휘부를 압박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허 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의 인책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잉진압의 책임이 경찰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정착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2년 임기가 보장된 허 청장이 취임 11개월 만에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 청장도 일단 용퇴 대신 시위 진압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의 고위 간부를 추가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진압 책임자였던 서울경찰청 이종우(李宗羽·경무관) 기동단장을 14일 이미 직위해제해 이기묵(李基默) 서울경찰청장 등 서울경찰청 고위 간부의 무더기 징계가 예상된다.
허 청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고위 간부의 문책 범위와 경찰의 재발방지 대책 등을 밝힐 예정이다. 또 경찰청은 본청 총경급을 단장으로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 방안에 대한 전담팀을 구성하고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