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종교계校 '사학법' 헌소…"非理사학 빌미 재산권 침해"

  • 입력 2005년 12월 29일 03시 01분


28일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들이 헌법재판소에서 이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다. 권주훈 기자
28일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들이 헌법재판소에서 이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다. 권주훈 기자
국회 파행을 불러온 개정 사립학교법 논란이 헌법재판소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사립대학과 사립 중고교, 종교계 학원, 사학법인 이사장 등 15명은 28일 “개정 사학법이 사학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므로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인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국가로부터 일정한 보조를 받는다든지 관할청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하더라도 사학법인을 공법인화하는 수준의 개정 사학법은 결과적으로 재단법인의 사적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개정 사학법으로 얻게 될 ‘공공의 이익’과 침해되는 ‘학교법인의 사익(私益)’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 또는 우월한지다.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1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2항)고 규정해 재산권 행사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성의 요구에 따라 재산권을 제한하더라도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와 판례의 태도다.

법 개정을 추진한 여당은 사학법 개정 조항들이 사립학교 운영을 민주화하고 재단 운영을 투명하게 하며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강화한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합헌을 주장하는 법조인들은 “사학은 교육기관으로서 일반 사기업보다 공공성이 훨씬 클 뿐 아니라 개방형 이사제를 실시해도 참여하는 외부인사가 의사정족수인 과반수에 못 미치는 만큼 사학 경영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구인들은 개정 사학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침해될 사익보다 우선하거나 우월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학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국가는 법인이 추구하는 교육목적을 도와주고 그 목적을 일탈하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지원과 감독을 해야지 그 이상으로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며, 재산권과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청구인들은 일부 비리 사학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행법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학법 개정 조항들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며,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등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사학의 존립 근거는 사적 자치를 바탕으로 한 자율성 보장”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적 재산 침해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올해 주요 憲訴 사건 어떻게

2004년에 이어 2005년도 ‘헌법재판소의 시대’였다. 지난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사건을 처리한 데 이어 올해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 헌법소원 등 국가의 앞날을 좌우하는 사건들이 헌재에서 승부가 가려졌다.

그러나 헌재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기는 중요 사건들도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과 임대주택 의무건립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의 양도금지를 내용으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꼽을 수 있다.

신문법은 정부의 언론 정책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관련법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헌재 결정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헌재도 그만큼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사건 접수 180일 이내에 심리를 끝내도록 돼 있지만 이는 강제규정은 아니다.

▽신문법=올해 1월 1일 국회를 통과해 7월 28일 발효됐다. 주요 내용은 △신문의 복수 소유와 방송 등 겸영 금지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신문발전기금 등 신문에 대한 국가의 지원 △경영자료 신고 및 공개 △제3자에 의한 시정권고 신청권 등이다.

이 법은 일찌감치 위헌 논란이 일었다. 위헌 주장의 핵심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는 기준(1개사 30%, 3개사 60%)이나 경영 자료를 신고 및 공개하도록 한 것 등은 다른 사업과 비교해 헌법상 과잉입법금지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신문발전기금을 통한 국가지원이나 경영 자료를 정부(문화관광부)에 신고하도록 한 것은 언론을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환경건설일보는 각각 2월, 3월, 6월 차례로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7월 5일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헌재 재판관 출신인 이영모(李永模) 변호사는 “헌재가 시간에 쫓기는 사건이 많아 지연되는 것 같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한국주택사업정비조합협회가 3월 임대주택 의무건립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냈다. 협회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환수는 위헌일 뿐 아니라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협회 소송 대리인인 맹신균(孟信均) 변호사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은 민간이 아닌 정부의 의무”라며 “정부의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떠넘겨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것은 개발이익환수를 빌미로 한 자의적 공권력 행사”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단지의 경우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는 조합원들의 지분을 사실상 전매하지 못하도록 한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규정(법 제19조 2항)에 대해서도 협회와 바른재건축실천 전국연합이 지난해 3월과 4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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