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장성읍에서 국도 1호선을 따라 백양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야트막한 산 밑에 북하면 단전리 신촌마을이 나온다.
이 시골마을에 자리한 ‘아름다운 가게’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68가구에 310명이 사는 마을에 ‘양심 가게’로 불리는 무인(無人) 매점이 들어선 것은 올 5월.
주민에게 생필품을 공급해온 마을 구판장이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다는 이유로 3월 문을 닫자 이장 박충렬(45) 씨는 사비 300만 원을 들여 무인 가게를 열였다. 주민들은 ‘주인 없는 가게’가 제대로 운영될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24시간 운영되는 4평짜리 매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은 물론 외지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손님들은 물건을 고른 뒤 양심껏 물건값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알아서 가져가면 된다. 당장 현금이 없으면 따로 비치된 ‘외상장부’에 적어 놓았다가 돈이 생길 때 갚기도 한다.
박 이장은 “1주 일에 한번 돈 통을 열어보지만 주민이 양심에 따라 물건을 가져가고 돈을 넣기 때문에 큰 손해는 없다”며 “아름다운 가게가 우리 마을에 있다는 것을 주민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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