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송효은/눈앞 성과만 좇는 빈껍데기 사회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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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 파문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결과 발표를 보고 미국의 AP통신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위 ‘잘나가는’ 과학자였던 황 교수가 학자에게는 금기의 영역인 ‘조작’까지 하게 된 것은 최종 성과를 빨리 내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거나 살아남지 못하는 ‘독특한’ 문화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성과우선주의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쉽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겨울방학을 맞으면서 대학 캠퍼스 곳곳은 한산한 풍경이다. 학기 중에 ‘동아리 모집’, ‘강연회 개최’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던 건물과 거리 게시판의 대부분은 이제 토익을 비롯한 각종 외국어자격시험 강의 안내 포스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외부 학원은 물론 학교 내부의 특강까지 다양하다.

대학생들의 ‘점수’와 ‘자격증’에 대한 집착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풍경이다. 토익점수 몇 점의 차이가 그 사람의 영어 실력, 더 나아가 종합적인 능력을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들은 그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고, 응시자들은 그 점수에 목매게 된다.

경쟁사회에서 앞서 가기 위해 실력을 갖추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내실 있는 실력 대신 겉으로 보이는 성과 달성에 다걸기(올인)한 나머지 결국 겉만 화려한 빈껍데기가 늘어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 겨울 캠퍼스의 쓸쓸한 풍경에서, 상처만 남을 것 같은 황우석 파문을 바라보며 배워야 할 교훈은 바로 이런 점이다.

지표 달성에 매달리며 앞만 보고 달려 왔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건강하고 내실 있는 사회를 꾸려 나가기 위해 뒤돌아보고 함께 고민하면서 과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청소년기부터 줄세우기식의 일률적 경쟁과 성과우선주의가 몸에 배어 버린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에 좋은 책 한 권 읽고 생각을 넓히는 시간을 갖기를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하다. 2005년 토익 응시자 수 세계 1위 나라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겉과 속 실력의 균형을 맞추는 일일 것이다.

송효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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