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153억 빌딩 안으로…서울 강남구 전용건물 6월 완공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노점상을 위한 이른바 ‘노점상 전용 임대빌딩’이 올해 6월 문을 연다.

노점상만을 위한 상업용 빌딩이 세워지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2004년 가로 정비를 위해 철거된 역삼동 테헤란로 일대 노점 143개 중 86개가 우선 입주한다.

▽음식점과 농산물 상설매장 입주=강남구는 이미 확보한 지상 3층, 지하 1층짜리 빌딩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0월 노점임대빌딩으로 문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건물에 안전 문제가 발생하자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새 건물을 신축하기로 하면서 당초 일정이 늦춰졌다. 노점임대빌딩에는 토속음식점과 농산물 상설매장 등이 들어선다.

강남구는 노점임대빌딩에 입주하는 상인에게 최소한의 임대료와 관리비만 받을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임대빌딩에 입주할 노점 상인에 대한 재산 상황을 철저히 조사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라며 “무허가 노점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는 노점임대빌딩 사업이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빌딩을 추가로 매입해 구에 남아 있는 440개 노점(2005년 말 기준)도 입주시킬 방침이다.

여기에 쓰인 구 예산은 기존 빌딩 인수대금 107억 원과 신규 건물 신축 비용 46억 원 등 총 153억 원.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노점상은 생계형이나 기업형 모두 세금을 내지 않는 명백한 불법 행위인데 노점임대빌딩이 생기면 노점상 단속 대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지난해 서울의 노점상은 1만3715개. 2000년 1만8454개에서 2002년 1만4540개, 2004년 1만3524개로 줄었으나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종로구의 한 관계자는 수시로 노점상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노점 압수→반발→과태료 받고 반환→장사’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포장마차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가 거리에 쌓이는 등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며 “노점상을 상권이 형성될 수 있는 외지로 내보내는 등 체계적인 노점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면서 이 일대 노점상을 위한 풍물시장을 중구 동대문운동장에 마련해 줬다.

이곳에 자리 잡은 노점은 900여 개. 서울시는 이들에게 수도를 공급하고 있고 전기요금은 각 노점상이 해결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노점임대빌딩이나 풍물시장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임대빌딩에 노점을 입주시키면 더 많은 노점상이 거리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노점상을 엄격한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정한 날에만 장사를 할 수 있고 의무적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국의 노점상 대책을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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