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벌금 예상땐 불구속…구속영장 발부 기준 공개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2분


서울중앙지법(법원장 이홍훈·李鴻勳)이 3일 범죄 피의자에 대한 구속과 불구속을 판단하는 포괄적인 원칙과 개별 범죄에서의 구속 불구속 판단 기준을 공개했다.

법원이 구속 불구속 판단 기준 등을 공개한 것은 1997년 구속영장 실질심사 제도(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가 도입된 뒤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원칙과 기준은 전국 법원의 구속영장 처리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가지 기본 원칙=서울중앙지법이 밝힌 구속영장 처리 원칙은 △실형 기준의 원칙 △형사정책적 고려의 원칙 △방어권 보장의 원칙 △비례의 원칙 △소년범(14세 이상 20세 미만 범죄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 등 5가지다.

실형 기준의 원칙이란 재판을 통해 실형 선고가 예상될 경우 구속하고 집행유예나 벌금이 예상될 경우 불구속한다는 원칙. 서울중앙지법은 이 원칙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해 불구속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정책적 고려란 법원이 사회의 안전이나 개인의 권리 보호가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는 원칙.

방어권 보장은 피의자가 영장 실질심사 때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경우 재판에서 피의자가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불구속한다는 원칙이다.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좀 더 폭넓게 보장해 주기로 했다. 비례의 원칙도 방어권 보장과 관련된다.

소년범에 대해서도 구속을 자제해 온 기존 방침을 좀 더 폭넓게 적용해 영장 발부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불구속 재판 확대…형벌권 약화 논란도=서울중앙지법이 밝힌 5가지의 영장 처리 기준은 지난 10년간 법원이 꾸준히 추진해 온 불구속 재판 확대와 방어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취지를 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구속 불구속 판단 기준을 공개하면 ‘전관예우’ 시비 등 ‘사법 불신’ 풍조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제 구속을 처벌로 생각하는 의식을 바꾸고 죄가 있다면 1심 재판을 통해서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취지”라며 “검사나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에게는 구속 불구속을 예측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약, 윤락행위, (음주) 뺑소니, 흉기 이용 폭력, 인터넷 이용 범죄 등 상대적으로 피해 정도가 큰 범죄와 새로운 수법의 범죄에 대해서도 영장 발부를 줄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검찰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불구속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범죄 억제나 예방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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