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구속 불구속 판단 기준 등을 공개한 것은 1997년 구속영장 실질심사 제도(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가 도입된 뒤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원칙과 기준은 전국 법원의 구속영장 처리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가지 기본 원칙=서울중앙지법이 밝힌 구속영장 처리 원칙은 △실형 기준의 원칙 △형사정책적 고려의 원칙 △방어권 보장의 원칙 △비례의 원칙 △소년범(14세 이상 20세 미만 범죄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 등 5가지다.
실형 기준의 원칙이란 재판을 통해 실형 선고가 예상될 경우 구속하고 집행유예나 벌금이 예상될 경우 불구속한다는 원칙. 서울중앙지법은 이 원칙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해 불구속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정책적 고려란 법원이 사회의 안전이나 개인의 권리 보호가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는 원칙.
방어권 보장은 피의자가 영장 실질심사 때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경우 재판에서 피의자가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불구속한다는 원칙이다.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좀 더 폭넓게 보장해 주기로 했다. 비례의 원칙도 방어권 보장과 관련된다.
소년범에 대해서도 구속을 자제해 온 기존 방침을 좀 더 폭넓게 적용해 영장 발부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불구속 재판 확대…형벌권 약화 논란도=서울중앙지법이 밝힌 5가지의 영장 처리 기준은 지난 10년간 법원이 꾸준히 추진해 온 불구속 재판 확대와 방어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취지를 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구속 불구속 판단 기준을 공개하면 ‘전관예우’ 시비 등 ‘사법 불신’ 풍조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제 구속을 처벌로 생각하는 의식을 바꾸고 죄가 있다면 1심 재판을 통해서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취지”라며 “검사나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에게는 구속 불구속을 예측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약, 윤락행위, (음주) 뺑소니, 흉기 이용 폭력, 인터넷 이용 범죄 등 상대적으로 피해 정도가 큰 범죄와 새로운 수법의 범죄에 대해서도 영장 발부를 줄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검찰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불구속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범죄 억제나 예방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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