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9월 한국주택은행법에 근거해 시작된 주택복권은 국내 정기 발행 복권의 효시.
무주택 군경유가족, 국가유공자, 파월장병의 주택 건설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발행한 이 복권은 당시 액면가 100원, 1등 당첨금은 300만 원으로 총 50만 매씩 월 1회 발행됐다.
1950년 대 초 서울 집값이 약 100만원 정도였으므로 서민들로서는 내 집 마련을 위한 '꿈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처음에는 월 1회, 서울지역에서만 판매했으나 1972년 6월부터 월 3회로 늘어났으며 1973년부터 주 1회로 바뀌었다. 1등 당첨금도 1978년 1000만 원, 1981년 3000만 원으로 오르다가 1983년에는 1억 원까지 증가했다.
주택복권 당첨자의 숱한 사연도 장안의 화제가 됐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새로 태어난 '로또'에 쏠려 있는 가운데서도 주택복권은 발행된 지 35년만인 2004년 소리 소문없이 가장 많은 10억원의 당첨자를 내기도 했다.
이 당첨자는 1등(5억원), 2등(2억5000만원) 2장, 5등(1000원) 2장을 맞춰 총 10억2000만원의 당첨금을 받아 세금을 제외한 7억8000여 만 원을 수령했다.
당시 이 행운의 주인공은 어머니가 준 냉수 사발 속에 복권이 들어있는 꿈을 꾸고 모두 7장의 주택복권을 구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복권은 1983년 올림픽 복권의 등장으로 잠시 발행을 중단했다가 1989년 발행을 재개하기도 했다. 발행기관도 처음에는 한국주택은행에서 발행했으나 2001년부터 국민은행이 맡고 있으며 용도도 주택 마련 외에 국가유공자 복지사업, 문화예술 진흥 사업 등이 추가됐다.
주택복권이 사라지는 것은 현재 48종류나 되는 각종 복권이 무차별하게 난립해 있는데다 로또를 제외하고는 수익률이 나쁘기 때문.
국무총리실 복권위원회는 "로또 도입 이후 전체 복권판매액 3조4500억 원 중 95%인 3조 2800억이 로또 판매액"이라며 "나머지 복권들의 경우 매출액은 줄고 발행 및 판매비용은 고정돼있어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심화되고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권위원회는 일단 48종의 복권 중 주택복권이 포함된 인쇄식 13종을 3월까지 폐지하고 이를 통폐합해 새로운 복권 5종(추첨식 2종, 즉석식3종)을 발행할 방침이다.
회사원 전범찬(56) 씨는 "결혼 직후에 내 집 마련을 위해 부지런히 주택복권을 샀던 기억이 새롭다"며 "한 장 들고 있으면 가슴이 든든한 것이 마치 집을 이미 장만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요새는 로또 밖에 모르지만 주택복권이 줬던 의미는 로또와는 전혀 달랐다"며 "일확천금이라는 점도 있지만 서민들의 꿈의 상징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진구 기자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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