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배정거부 ‘교육대란’ 오나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04분


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서울 사립중고교 이사장 학교장’ 연석회의에서 참가자들이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최수철 회장의 인사말에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서울 사립중고교 이사장 학교장’ 연석회의에서 참가자들이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최수철 회장의 인사말에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발해 제주지역 사립고들이 5일 올해 신입생 배정 거부에 들어감으로써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일선 학교의 혼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배정 거부 실력 행사=제주도교육청이 각 중학교에 일반고 합격자 명단을 보내고 고교에는 신입생 배정 명단을 수령하도록 통보했으나 오현고 등 5개 사립고는 수령하지 않았다. 9일로 예정된 신입생 예비소집도 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방침을 밝혔다.

도교육청은 “4일 배정 명단을 전자문서로 통보했다”고 밝혔고, 교육인적자원부도 신입생 배정 명단을 보낸 상태라 아직 배정 거부로 보기는 어렵다”고 유보적 방침을 취했다.

그러나 제주 남녕고 윤두호(尹斗昊) 교장은 “신입생 배정 명단을 받지 않았으며 예비소집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전북도교육청이 12일 신입생을 배정할 예정인데 그때까지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다른 교장들과 향후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평준화지역인 제주시내 8개 고교 중 5개가 사립인 상황에서 실제로 이들 학교의 배정 거부가 등록 거부, 수업 거부로 이어질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의 배정 거부보다는 9일 예비소집을 거부하느냐가 실제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할 것인지를 가르는 분수령이기 때문에 교육 당국은 8일까지 사립고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제주로 급히 내려간 김영식(金永植) 교육부 차관은 양성언(梁成彦) 교육감 등 도교육청 관계자들과 심야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한 학교 관계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설마” 하다 당황=교육부는 그동안 “현행법상 신입생 배정 거부가 불가능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제주지역 5개 사립고가 5일 신입생 배정 명단 수령을 거부하고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16개 시도 부교육감회의를 긴급 소집해 신입생 배정 거부 학교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

교육부는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끝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면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시정 요구, 고발 조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임시이사 선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종교계 반발 더 세진다=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80여 개 종교 교육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는 17일경 발대식을 갖고 사학법 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들어간다.

한기총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저동 영락교회에서 목사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학법 반대 비상구국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특히 참석자들이 예배 뒤 십자가를 들고 거리행진을 벌일 계획이어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여론 악화=열린우리당은 사학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민 80%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9일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된 뒤 반대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32.3%로 나왔으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TNS·13일) 35.5%→KBS 38.4%(15일)→동아일보 41.9%(26, 27일)→MBC 40.2%(28일) →경향신문 41.7%(31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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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5개사립高 신입생 첫 거부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발해 제주지역의 사립고들이 전국 처음으로 올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한 데 이어 다른 시도에서도 배정 거부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사학법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제주도교육청은 5일 오전 2006학년도 일반계 고교 신입생 합격증을 각 중학교에 보내고 고교에 배정 학생 명단을 수령하도록 했으나 오현고 등 5개 사립고가 명단을 받아가지 않았다.

학교별 배정 학생 수는 오현고 306명, 대기고 272명, 남녕고 170명, 신성여고 272명, 제주여고 272명 등 총 1292명이다. 이들 학교의 이사장과 교장 등은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배정 명단 수령 거부는 물론 신입생 예비소집도 하지 않기로 했다.

도교육청은 “학교들이 9일 오전 11시까지 예비소집 등 배정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명백한 배정 거부 행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오후 16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긴급 소집해 엄정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김영식(金永植) 차관은 제주 현지로 내려가 도교육청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한편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서울시회도 이날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사립중고교 이사장과 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하례회를 열고 신입생 배정 거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이날 밤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학교 재단이 학생 모집이나 배정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임시 이사를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별 신입생 배정 일자
시도중학교고교
서울2월 10일2월 11일
부산2월 3일2월 4일
대구2월 3일2월 3일
인천1월 25일2월 10일
광주2월 3일2월 4일
대전2월 10일1월 27일
울산2월 3일1월 27일
경기2월 초2월 3일
강원1월 13일비평준화
충북1월 20일1월 20일
충남1월 말비평준화
전북2월 3일1월 12일
전남1월 27일1월 20일
경북2월 1∼3일비평준화
경남1월 20일1월 20일
제주2월 3일1월 6일
자료:교육인적자원부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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