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전 9기’… 檢警상대 나홀로 소송 이겼다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11분


한 시민이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고소를 거듭하고 헌법소원에다 민사소송까지 ‘8전(顚)9기(起)’의 나 홀로 투쟁 끝에 법원에서 검찰의 과오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된 사실이 5일 밝혀졌다.

나모(39) 씨는 2003년 6월 지하철역 부근에서 친구 주모 씨와 함께 택시를 잡는 과정에서 행인 박모 씨와 시비가 붙어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친구 주 씨는 치료비 명목으로 박 씨에게 20만 원을 주고 합의했다.

검찰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주 씨를 기소유예로 처리했다. 그러나 나 씨는 8개월 후 “조사 당시 경찰관 김모 씨가 합의를 강요했고 재조사를 요구하자 ‘총으로 쏴 죽이고 옷 벗으면 된다’는 폭언과 함께 협박했다”며 김 씨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경찰관의 직권남용과 협박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나 씨는 이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기소 여부 판단을 구하는 것. 하지만 나 씨는 법을 몰라 법원이 아닌 검찰에 재정신청을 냈고, 검찰은 이를 단순 진정 사건으로 접수해 종결했다.

나 씨는 다시 “재정신청을 단순 진정 사건으로 처리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결재한 지검 담당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것도 진정으로 접수해 종결했다.

그러자 나 씨는 경찰관 김 씨와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김 씨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차장검사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했다.

나 씨는 이 결정에 맞서 고검과 대검에 항고, 재항고를 했으며 고검과 대검은 모두 기각했다.

나 씨는 지난해 3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내고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나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판사 조병현·趙炳顯)는 “국가는 나 씨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지난해 12월 28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나 씨의 고소 사건을 자의적으로 진정 사건으로 판단해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며 “결과를 떠나 나 씨가 법원으로부터 자신의 신청에 대한 당부를 판단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해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나 씨가 낸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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