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포도맛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를 세숫대야에 섞어 흰 천에 적셨다. 포돗빛으로 물든 천을 흐르는 물에 씻었지만 염료는 빠지지 않았다. 이 염료의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공업용 색소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대표는 천연색소를 묻힌 흰 천을 씻었다.
“천연색소는 물에 씻으면 색이 옅어지지만 공업용 색소는 빠지지 않고 남아 있어요. 10년이 지나도 이 색소는 빠지지 않아요. 여러분이 음료를 마시면 이런 색소가 몸에 조금씩 축적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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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경 저녁 식사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책상다리를 하고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이들 앞에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에 상추 당근 오이 등 야채 10가지, 잣 호두 등 견과류, 그리고 현미 잡곡밥이 놓여졌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조용한 음악에 맞춰 야채와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었다.
김소영(13·서울 상경중 1년) 양은 “첫날 야채가 가득한 밥상을 보고 놀랐다”면서 “야채와 밥이 의외로 맛있고 천천히 먹으니 소식(小食)하게 되고 소화도 잘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국건강연대가 방학을 맞아 3일부터 2박 3일 동안 ‘청소년을 위한 건강 생활학교’를 열었다.
이 행사의 목표는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 이에 따라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도 하늘사랑, 소나무, 도라지꽃 등 자연물로 바꿔 불렀다.
아이들은 또 ‘인스턴트 음식’의 위험성을 깨닫고 생과일과 야채 등 ‘자연음식’의 소중함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체험했다.
이와 함께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술, 담배, 게임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강의를 듣고 ‘그룹 토의’를 통해 또래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도 가졌다.
5회째인 이번 캠프 참가자의 30%는 이전에도 같은 캠프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 이어 이번에도 생활학교에 참가한 김서영(9·포항시 흥해초 3년) 양은 “예전에 깻잎 양파 등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이 캠프에 참가한 이후 잘 먹게 됐다”며 “이제 부모님께 먼저 채식 위주의 생식을 하자고 말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처음에 부모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캠프에 참여하지만 사흘간 교육을 받으며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워 나간다.
이찬희(15·서울 연북중 3년) 군은 “밀린 휴대전화 사용료를 부모님이 내주겠다는 조건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다”면서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으며 올 여름방학에는 친구와 함께 캠프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캠프는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몸과 마음의 찌든 때를 벗고 가는 좋은 기회”라며 “올 여름방학에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참가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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