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검찰청(검사장 문영호·文永晧)은 지난해 11월부터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적은 공소장 등 각종 결정문을 쉽게 쓰도록 한 ‘알기 쉬운 결정문 작성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작성하는 결정문은 법률용어와 전문용어가 많아 일반 국민이 결정문을 받아도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피고인이 방어할 준비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부산지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설명이 필요한 법률용어와 전문용어에 별도로 각주를 달아 풀어썼다.
지난해 12월 문화상품권을 위조한 혐의(위조유가증권 행사)로 구속 기소된 A 씨의 공소장에서는 “상품권 용지 100연을 구입한 후”라는 표현 가운데 ‘연’이란 용어에 대해 각주를 달아 별도로 설명했다. ‘연’은 ‘인쇄용지를 계산하는 단위로 1연은 788mm×1091mm 넓이의 용지 500장을 뜻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B 씨의 공소장에서는 ‘비송사건(非訟事件)’을 따로 설명했다. ‘민사 소송에서 법원이 중립적인 지위에서 결론을 내리는 소송사건과 달리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을 탐지하는 등 주도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사건으로 법인등기, 공탁, 실종선고, 호적법상 개명 허가 등이 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한 문장이 몇 쪽에 걸쳐 이어지던 긴 문장을 단문으로 끊어 쓰는 노력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사기혐의로 구속 기소된 C 씨의 공소장은 A4 용지 한 장 정도의 분량이지만 6문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첫 문장은 “피고인은 와이셔츠 완성품을 포장하는 일에 종사하는 자이다”로 간결하게 끝났다. 기존 공소장에서는 “종사하는 자로서, …” 등으로 문장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부산지검은 2개월 동안 시행된 ‘친절한 결정문 쓰기’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이 제도를 전국 검찰에서 시행하는 게 좋겠다고 최근 대검찰청에 건의했다.
부산지검 정진용(鄭珍溶) 검사는 “‘결정문 쉽게 쓰기’는 형사사법 서비스를 공급자인 ‘검찰’ 중심에서 수요자인 ‘국민’ 중심으로 바꾸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쉽고 친절한 결정문’ 부산지검 캠페인
―지난해 11월 ‘알기 쉬운 결정문 작성 지침’ 마련해 시행.
―어려운 법률용어와 전문용어에 각주를 달아 보충 설명.
―법률 이외에 근거가 되는 규칙도 보충 설명.
―몇 쪽에 걸쳐 이어지던 긴 문장을 여러 개의 단문으로 끊어 간결하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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