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개정 사학법에 대한 사학들의 반발을 정권 차원에서 협박에 가까운 대응으로 무력화(無力化)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태도는 두고두고 시비의 대상이 될 것이다. 지난주 제주도 5개 사립고가 신입생 배정 거부 의사를 밝히자 청와대는 “헌법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사학 비리의 전면 조사를 지시했다. 사학에 대한 감사권을 갖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는 물론이고 법무부, 행정자치부, 검찰에까지 총동원령을 내리다시피 했다.
이런 대응은 지난날의 권위주의 정권이 써먹었던 수법과 다를 바 없다. 제1 야당의 반론에 귀를 막고 사학법 개정을 강행한 여당에 이어 청와대가 사학재단과 종교단체 등의 반대를 원천 봉쇄하려는 것은 ‘민주화 정권’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이런 초강경 자세는 다른 교육 현안에서 정부가 보여 줬던 태도와도 너무나 다르다.
얼마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집단으로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을 하고 ‘반(反)세계화 동영상 자료’를 제작한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은 물론이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흔드는 행위였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정책 홍보 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실린 ‘(교원) 평가에 당당한 교사, 경쟁력 있는 학교 만든다’는 기사에 ‘대통령도 여기서 배우고 갑니다’라는 짤막한 댓글을 올렸을 뿐이다. 전교조가 교육전산망 정책에 반대하며 연가투쟁을 벌여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었던 2003년 NEIS 파동 때도 정부는 관련 교사들을 ‘솜방망이 징계’하는 관대함을 보여 줬다.
이와는 달리 개정 사학법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이 정권 내 분위기다. 유재건 열린우리당 신임 의장은 사학법 재개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하기도 했다. 사학법 개정을 밀어붙인 명분은 사학 비리 근절이었으나 청와대가 새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사학 비리 전면 조사를 지시함으로써 기존의 법으로도 비리 시정이 가능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사학 비리는 현행법에 따라 철저히 감시하고 사학법은 7월 1일 발효 이전에 재개정해 위헌적 독소 조항들을 없앨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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