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부모들 “당신 아들이라도 때릴 건가요”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7일 한 전경의 어머니가 폭력시위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최근 전역한 전경의 이야기를 듣다가 기도하고 있다. 전의경 부모와 전역자 등 300여 명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1.2km를 행진하며 불법 시위 추방과 폴리스 라인 준수를 요구하는 전단을 시민에게 나눠줬다. 원대연  기자
7일 한 전경의 어머니가 폭력시위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최근 전역한 전경의 이야기를 듣다가 기도하고 있다. 전의경 부모와 전역자 등 300여 명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1.2km를 행진하며 불법 시위 추방과 폴리스 라인 준수를 요구하는 전단을 시민에게 나눠줬다. 원대연 기자
전의경 부모와 전의경 전역자 등 300여 명이 7일 평화 시위 문화 정착을 촉구하는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였다.

‘전의경 그들의 삶’, ‘전의경 우리 고운 아들들’, ‘전의경 부모의 모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 300여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맞은편 의주로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폴리스 라인 준수 등을 촉구했다.

‘전의경 우리 고운 아들들’의 운영자인 김진미(48·여) 씨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딱한 사정이야 이해하지만 폭력 시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강추위에 길바닥에 앉아 끼니를 때우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전의경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말했다.

김 씨는 “가만히 있는 시위대를 향해 먼저 폭력을 휘두르는 전의경은 없다”며 “평화적인 시위가 오히려 시위자들 주장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시위문화 개선을 당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국민이 준 공권력 국민이 지켜 냅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경찰청에 전달했다. 한편 인권운동사랑방 등 5개 인권단체는 이날 ‘전의경 부모님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폭력 시위가 아니라 전의경의 인권침해 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 요구 시위를 상부의 명령에 따라 막아야만 하는 전의경의 고통에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면서 “전경으로 차출되지 않았다면, 의경이 시위진압에 나서지 않았다면 지난해 11월 농민대회에서 사람을 죽인 ‘살인집단’으로 지목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경제도와 경찰기동대를 없애고 의경부대의 인권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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