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경북 경주시를 찾은 박상돈(朴相敦·44·울산 남구 신정동) 씨.
박 씨는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 앞 주차장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김유신 장군 묘와 안압지를 거쳐 첨성대를 보기 위해 대릉원에 오자 또 주차비 2000원을 내야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적지마다 주차비에다 입장료를 내니까 짜증난다”며 “경주가 점점 더 상업적으로 바뀌어 고도(古都)의 정취를 잃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시가 지난해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유치한 이후 ‘첨단과학도시’와 ‘역사문화도시조성’등 다양한 개발계획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은 숙박을 하면서 고도의 유적지를 감상하는 ‘머무는’ 관광 대신 ‘스쳐가는’ 관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대릉원 주차장 옆에서 기념품과 잡화를 파는 50대 여주인은 “경주 유적지를 구경하려면 주차비만 1만원가량이 든다”면서 “연간 4억∼5억원 가량의 주차료 수입 때문에 경주의 이미지가 흐려져 관광객을 다 놓친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방폐장 유치 이후 경주의 관광 기반을 좋게 한다는 보도를 들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유적지 주차료를 무료화해서 관광객이 경주를 많이 찾도록 해야 경주가 사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릉원 옆 첨성대를 구경하던 관광객들도 불만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5년 째 경주 유적지에서 문화유적해설사를 하고 있는 최순옥(崔順玉·여·47) 씨는 “관광객 대부분이 담장 너머로 첨성대를 흘깃 보면서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입장료를 없애 관광객이 부담없이 유적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간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은 800여 만명.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초등학생 수학여행단이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주대 김규호(金奎鎬·관광개발학) 교수는 “경주는 여전히 입장료와 주차장 수입 중심의 관광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주의 관광 기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관광객들로부터 경주시는 점점 더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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