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마을회관이 따로 없네…금산 상곡초교 ‘대변신’

  • 입력 2006년 1월 10일 09시 04분


“목욕하고 손자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좋아요. 20km 떨어진 금산읍내 목욕탕을 가려면 1만 원 이상 들고 버스가 2∼3시간에 한번이라 불편했는데….”

충남 금산군 군북면 산안리 현옥분(83) 할머니는 손자 2명이 다니는 인근 상곡리 상곡초등학교 목욕탕을 종종 이용한다.

김달원(金達元) 교장이 지난해 3월 부임해 매주 수요일 학교 목욕탕을 개방했다. 학교는 맨 몸으로 와도 되도록 모든 목욕도구를 갖춰놓았다. ‘금산위성통신센터 KT 사랑의 봉사단’은 주민을 무료로 실어 나른다.

이 학교는 상곡리, 신안리, 보광리의 재학생은 물론 다른 지역 중고교생과 주민을 위해 학교를 공원과 교육장, 쉼터로 만들고 있다.

그가 부임했을 때 학교는 불량학생들이 밤에 비행을 저지르는 곳 같았다.

“아침에 교정을 둘러보니 깨진 술병과 모닥불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됐어요. 처음엔 화가 났지만 곰곰이 따져보니 171가구(570명)가 사는 마을에 청소년 쉼터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김 교장은 밤에 운동장을 환하게 밝히는 조명시설을 설치한 뒤 마음대로 이용하도록 스위치를 건물 밖에 두었다. 운동장 주변에는 축구공과 배구공, 배구네트를 마련하고 화재위험이 없는 벽돌 모닥불 시설을 설치했다.

깨진 술병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개방적인 놀이터로 변한 학교시설과 기물을 스스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김 교장은 방학 중에는 학교 도서실과 컴퓨터을 중고교생과 주민에게 개방한다. 한달에 한번씩 학부모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주민 서비스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다양한 종류의 관상용 식물을 길러 선물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교내 비닐하우스에서 국화와 맨드라미, 목화, 백가지, 하늘고추, 꽈리, 서광 등의 꽃과 식물을 담은 화분 1500개를 만들어 주민과 면사무소 우체국에 전달했다.

김 교장은 “목욕 서비스를 시작하자 ‘혹시 국회의원 나오려고 하느냐’고 묻는 주민도 있었다”며 “농촌의 교육시설은 주민의 문화 및 놀이,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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