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민선 교육감이 장관 들러리인가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청와대가 사립학교 비리에 대한 전면 수사 의지를 밝힌 뒤 교육인적자원부도 특별감사 준비에 착수하는 등 보조를 맞추느라 바쁘다.

제주지역 5개 사립고가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을 보이자 당황한 교육부는 6일 전국시도 부교육감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가 배정 거부를 철회한 8일에는 시도교육청감사관회의를, 9일에는 16개 시도교육감회의를 잇달아 가졌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일 시도교육감회의를 마친 뒤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감들을 옆에 세워 놓고 회의 결과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사학비리 조사라는 민감한 사안에다 이례적으로 교육감들까지 도열시켜 마치 ‘출정식’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교육감 배석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역의 교육 수장인 민선 교육감들을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감 중에는 50대도 있지만 정년을 마치고 교육감 직을 맡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공정택(孔貞澤) 서울, 도승회(都升會) 경북, 김원본(金原本) 광주시교육감은 70세가 넘는 원로급이다. 설동근(薛東根) 부산시교육감은 장관급인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장이다.

더욱이 김 광주교육감은 건강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 다른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브리핑실에 들어섰다. 그는 김 부총리와 가까운 곳에 서 있었으나 오래 서 있는 것이 힘든 듯 다른 교육감의 손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기자석에 앉아 버리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는 기자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김 부총리는 “(교육감을 옆에 세운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사학비리에 대한) 현지 사정에 밝은 교육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며 화제를 돌렸다.

예전에는 교육감은 물론이고 학교장들도 각종 행사 때 상석으로 모셔 예우하는 것이 관례였다. 직책을 떠나 ‘스승’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 그런 것이 5공화국 때부터 힘 있는 기관장에 밀려 점점 끝 좌석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사학비리 특별감사의 회오리 속에 정신이 없다지만 교육감에 대한 최소한의 의전이나 예의를 차릴 겨를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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