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명예를 반납합니다”…현직 경감, 靑에 모자 우송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현직 경찰 간부가 시위농민 사망사건의 책임을 지고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이 사퇴한 것에 항의하는 표시로 자신이 승진 시 받은 경찰 모자를 청와대로 보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소속 유모(37·경찰대 9기) 경감이 최근 경찰 정모(正帽)를 소포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낸 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내 명예를 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유 경감은 이 글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모자는 명예의 상징”이라며 “모자를 국민(대통령)에게 돌려드림으로써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명예도 돌려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은) 폭력배가 돼버린 나의 동료와 대원에게 사과하기 위함이며 경찰대학 동문과 총경들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경우 시위현장에서 새로운 죽음을 보게 될 수밖에 없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패로 시위대를 찍는 행위를 공격으로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이는 두려움 때문에 시위대를 위협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 “정치권은 허 청장의 사임이라는 형식으로 자신과 자신의 동료를 폭력배로 낙인찍었다”며 “모자와 명예를 돌려드림으로써 다시 이번과 같은 일을 당할 때 덜 아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유 경감의 모자는 청와대의 수신거부로 반송됐다”며 “유 경감은 자신의 글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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