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으로 부과된 자동차 범칙금을 과태료로 바꿔 내는 것을 막으려던 정부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규제개혁 관계 장관 회의에서 무인 단속 카메라에 속도위반으로 적발돼 부과된 범칙금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과속으로 받은 범칙금을 납부하면 벌점이 부과되고 2회 이상 적발되면 자동차 보험료가 할증된다. 하지만 정해진 납부 기간 안에 범칙금을 안 내면 과태료로 바뀌어 벌점이나 보험료 할증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과속 위반자는 1만 원을 더 내더라도 과태료를 선택한다. 2004년에는 97%가 범칙금 대신 과태료를 냈다.
정부는 이런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과태료 전환 금지 방침을 밝혔지만 범칙금이 행정형벌에 해당돼 위반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쳤다.
무인 카메라로 단속한 것은 차 소유자가 운전자가 아닐 수 있기 때문.
차 소유자가 범칙금을 납부하면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시인한 게 되지만 안 내면 그만이다.
결국 경찰이 차 소유자를 찾아가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데 과속 적발 건수가 연간 1200만 건이나 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정부는 지난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차 소유자에게 범칙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위반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다”며 “반드시 위반자 본인의 진술을 받은 후에 범칙금을 물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 백지화됐다.
보험개발원이 9일 발표한 과속 위반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 방안은 과태료 전환 금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범칙금을 낸 운전자는 교통법규 위반 사항이 보험개발원에 통보돼 보험료를 할증할 수 있지만 과태료는 차 소유자에게 부과되기 때문에 보험료 할증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과태료 전환 금지 방안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며 “해법을 찾기 위해 경찰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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