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흥겹고, 따라 부르기 쉬운 트로트 메들리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1시 반 인천 연수구 동춘1동 노인복지시설인 영락원 2층 대강당. 해양경찰청 관현악단 단원 6명으로 구성된 밴드 ‘동방 브라스’가 제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현국(23) 수경의 굿거리장단에 맞춘 드럼을 시작으로 한국 전통 민요와 동요를 편곡한 ‘칠드런 월드’를 연주하자 노인들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단원들은 대중가요 ‘아파트’ 등 14곡을 연주하며 안무를 곁들였고 흥이 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무대로 나와 어깨춤을 췄다.
공연을 지켜본 이순희(89) 할머니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쓸쓸했는데 손자뻘 되는 청년들이 흥겨운 무대를 선물해 줘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었다”고 말했다.
관현악단은 경비함 취역식 등 해경의 공식행사에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1988년 창단했다. 대학에서 관현악을 전공하다 입대한 전투경찰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다.
밴드 활동을 했던 전직 뮤지션부터 전국 규모의 콩쿠르에서 대상 수상자에 이르기까지 단원 대부분이 쟁쟁한 실력을 갖췄다.
창단 초기에는 해경 행사에서만 연주했지만 탄탄한 실력이 알려지자 공연요청이 이어졌다. 마라톤대회나 문화축제 등 주민이 원하면 어디든 찾아간다. 장애인이나 노인이 사는 사회복지시설은 한곳도 빠트리지 않았다.
전국을 돌며 해마다 평균 80여 차례 연주회를 하다 보니 인터넷에 팬클럽이 생겼다.
악장을 맡고 있는 정경(24) 수경은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즐거워하는 관중의 미소를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학(56·경위) 단장은 “올해 자선 연주회를 열어 장애인이나 소년소녀가장, 혼자 사는 노인 등 소외된 계층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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