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최근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장기적으로 인감증명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12일 밝혔다.
인감증명 제도가 폐지되면 연간 5000억 원에 이르는 행정·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반면 인감증명처럼 거래 당사자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용섭(李庸燮) 대통령혁신관리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감증명은 본인 확인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관행적으로 제출을 요구해 국민들의 불편이 크다"며 "사회적 비용부담이 크고 위·변조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올 상반기 중 행정자치부, 법무부, 대법원과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인감증명제도 개선 범정부 대책팀(TF)'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책팀은 즉각적인 인감증명제도 폐지가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시기를 나눠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책팀은 1단계로 올 7월 중에 관공서와 금융기관의 인감증명 요구 실태를 파악해 불필요한 인감증명 요구를 대폭 축소한 뒤 2단계로 올해 말까지 공증인제도나 전자공시제도 등 인감증명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3단계로 일정한 계도기간을 갖고 인감증명제도 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이르면 내년 하반기까지 인감증명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는 132개 법령을 정비해 인감증명제도를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인감증명제도 폐지는 1993년 김영삼(金泳三) 정부 출범 때부터 장기개선 과제로 추진됐으나 국민들의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본격적인 검토가 미뤄져왔다.
현재 인감증명 발급건수는 매년 6.7% 정도 늘어나 2004년 기준으로 6328만 건에 이르고, 현재 동사무소의 전체 문서 발급량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발급된 인감증명의 45%는 금융기관 대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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