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국회와 국방부에 권고했다.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는 국가비상사태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기본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복무제는 기회주의적 징병 거부자들에게 병역 기피 명분을 줄 우려가 있어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800자 이내로 논술하시오.
■ 학생 글 - 임 승 엽 서울 성남고 2학년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권고 조치는 실로 ①고무적이다. 양심 거부자의 경우 ②평화가 찾아왔노라 반기는 반면, 한쪽에선 병역 기피 문화조성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③다시금 개인의 인권과 공공의 이익 가운데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ㅱ다.
최근 일부 종교인들의 잇단 양심적 병역거부와 이를 둘러싼 논란은 양심적 병역 거부가 인권운동의 최대 화두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조치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④이번 권고 조치의 ⑤내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병역 기피 분위기 조성이다. 물론, ⑥기존의 대체복무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조치가 병역비리를 더 키운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⑦다만 대체복무 근무 기간을 현역 근무 시간과 차등을 둔다면 해결 가능하다. 가까운 실례로 대만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대만 역시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특정 종교의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대체복무 시 현역으로 ⑧근무 할 때보다 약 7∼9개월 더 근무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권익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반면, 이번 조치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물론 한반도가 분단된 특수 상황에서 양심의 자유를 찾는 게 ⑨무리일수 있다. 병역법이 생긴 이후 근 50년, 대법원의 양심적 거부자에 대한 판결은 위의 내용을 근거로 유죄를 내리는 것이 관례화되어 버린 실정이다. 이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은 대한민국 인권 현주소를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⑩이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굳은 신념 아래 긴 세월을 견뎌 왔다. 그들은 지금도 사회적 편견과 맞서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그동안 사회적으로 외면받은 소수의 권리를 되찾아 주는 것이다.
■ 첨삭지도
① 고무적(鼓舞的)은 ‘힘을 내도록 격려하여 용기를 북돋우는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뒤에는 권고 조치에 따른 두 가지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뒤의 내용을 고려하면 ‘∼ 권고 조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도가 좋다.
② 이런 표현은 뒤의 절과 조응도 되지 않고 적확한 표현도 아니어서 논술문으로 좋지 않다.
③ 주어가 생략돼 주술관계가 어색한 문장이다. ‘ㅱ다’는 ‘되었다’의 준말이므로 ‘∼됐다’라고 해야 한다.
④ 이 부분에서 권고 조치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해명의 내용이 이어지므로 단락을 바꿔 주는 게 좋다.
⑤ ‘병역 기피 분위기의 조성’은 ‘권고 조치 내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기보다는 ‘권고 조치로 인해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⑥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실시되고 있던 대체복무제도’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이다. 또 앞문장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므로 문장을 삭제하거나 ‘물론 그런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도로 반대 의견의 타당성을 일면 인정해 주는 것도 좋다.
⑦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장으로 앞의 내용을 반박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다만’보다는 ‘하지만 이 문제는∼’ 정도로 고치는 게 자연스럽다.
⑧ 여기서 ‘하다’는 접미사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근무할 때보다’가 맞다.
⑨ ‘수’는 의존 명사이므로 ‘무리일 수 있다’라고 띄어 써야 한다.
⑩ ‘이에’는 ‘그래서, 이리하여 곧’의 의미를 지닌 부사이므로 문맥상 적절하지 않다. 앞쪽에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제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총평
적절한 예시는 글을 살아 있게 하고 논증을 탄탄하게 해 준다. 임승엽 학생의 경우 실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거론하고 대만의 사례를 언급한 점이 칭찬받을 만하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례가 담보되면 좋은 글이 된다.
그리고 논술문에서 글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내용의 충실성과 표현의 독창성, 어휘의 적절성, 논리의 타당성 등이다. 어휘면에서 적절하게 한자어가 사용된 글은 그렇지 않은 글보다 격이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은 ‘고무적이다’처럼 종종 잘못된 어휘가 사용되고, 전체의 문장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있어 아쉬움을 준다. 어려운 어휘뿐만 아니라 속담, 격언 등을 사용할 때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모의평가 등을 보면 대학의 채점교수들은 수험생들에게 속담의 부적절한 사용을 자제하도록 충고하고 있다.
글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데는 접속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접속사는 글의 흐름과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잘못 쓰인 접속사가 몇몇 눈에 띈다. 접속사의 용법을 정확히 알고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생각 넓히기
①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하기 위한 기구로 입법·행정·사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다.(법과 사회, 정치)
② 양심적 병역거부는 우리나라가 특수한 안보상황 때문에 국민개병(皆兵)제도를 실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대체복무제는 장기적으로 모병제(지원병제)가 실시될 때까지만 필요한 과도기적 제도가 될 것이다.(윤리, 정치)
③ 헌법 제10조와 제37조에는 자연법사상과 실정법사상을 조화시키려는 헌법정신이 표현돼 있다. 개인의 양심, 사상, 종교의 자유는 천부인권이라고 보는 자연법사상과 그러한 천부인권도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국가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실정법사상의 조화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대체복무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정치, 법과 사회)
④ 사회의 본질은 구성원인 개인이며 사회는 이름뿐이라고 이해하는 ‘사회 명목론(사회계약설)’ 입장에서는 개인의 인권을 최상의 가치로 여겨 양심적 병역거부에 찬성한다. 그러나 사회의 본질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회 그 자체라고 이해하는 ‘사회실재론(사회유기체설)’ 입장에서는 개인은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병역의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볼 것이다.(사회문화, 정치)
■ 고교생 다음(1월 24일) 주제
교육인적자원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여학생이 생리 때문에 결석할 경우 출석으로 인정하고, 시험을 보지 못하면 종전 성적의 80% 정도를 인정하는 ‘생리 공결제(公缺制)를 이번 3월 새 학기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일부에선 성적 관리에서 남녀 학생 간의 유·불리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800자 이내로 논술하시오.
○ 고교생은 1월 20일까지, 초등학생은 1월 27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