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외식은 윤리적으로 병든 상태?"

  • 입력 2006년 1월 18일 18시 19분


"가족 외식을 두고 '굶주리는 이웃을 아랑곳하지 않고 내 가족만 먹이면 된다는 태도는 윤리적으로 병든 상태'라고 해석한 교과서도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교과서 왜곡문제에 관한 국민 대토론회'에서 지적된 초중고교 교과서의 문제점 중 한 대목이다.

남한의 새마을운동을 '유신체제 유지에 이용됐다'고 부정 평가한 반면 북한의 천리마운동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큰 역할을 했다'고 긍정 서술한 교과서도 있다는 것.

여의도연구소 측은 교과서포럼과 KDI 세미나 자료 등을 토대로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 100여권을 분석한 결과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거나 학문적 합의가 없는 소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왜곡 해석 등의 문제가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는 정치, 역사, 사회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관(觀)의 훼손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 △산업적 성과를 폄훼하는 등 자학적인 대한민국관 △북한 체제에 대한 중립적, 우호적 평가 △반기업적, 반시장적, 반세계화적 표현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박효종(朴孝鍾) 교수는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보면 한국의 삼청교육대에 대해서는 사진까지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비판한 반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교과서 전체에 담긴 북한에 대한 서술은 학생들의 가치혼란을 부추길 정도로 불균형적이다"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또 "교과서가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경제개발 노력을 정권유지 차원에서만 언급하는가 하면 '한강의 기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럼에도' 같은 제한적 접속사를 붙여 부작용과 문제점을 더 부각시켰다"며 "이는 천박하고 지나친 폄하"라고 비판했다.

전남 삼호서중 정재학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게시판에 올라온 한 초등학생의 글짓기가 '미국과 일본 나쁜 놈들이 우리를 갈라놓았다'고 시작되는 것을 사례로 들며 전교조의 이념 교육을 비판했다.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격려사에서 "현 정권이 사립학교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할 수 있게 해주고, 교사들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는가 하면 편향된 교과서로 아이들에게 이념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최근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술자리 발언 사건을 겨냥해 "정부 각료가 잊을 만하면 상스러운 욕과 바르지 못한 언행으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이 정권의 반교육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국어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쳐 봤지만 요즘 교과서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 많이 달라졌다"며 "과거 우리가 잘못 배운 부분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로 잘못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서울대표 최미숙 씨 등이 토론 및 발표를 했고,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