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토 중인 최고 제한속도를 높이는 방안 역시 도로 여건이나 안전도를 고려하지 않아 교통사고율을 높일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본보 취재팀이 19일 입수한 한양대의 ‘합리적인 제한속도 설정방법’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고속도로는 대부분 설계속도에 딱 맞게 최고 제한속도를 정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는 경찰청의 의뢰를 받아 이 보고서를 만들었다.
건설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설계속도는 ‘보통의 운전기술을 가진 운전자가 도로의 어느 구간에서나 쾌적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속도’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전국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10km씩 높이는 것을 포함한 교통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제한속도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아 범칙금 납부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한속도 상향 조정을 결정한 것.
그러나 현재 최고 제한속도가 설계속도 미만으로 규정된 고속도로는 국내 25개 고속도로 가운데 상대적으로 최근에 건설된 서해안고속도로 등 5개뿐이다.
정부 방안대로 최고 제한속도를 높이면 대부분의 고속도로에서 설계속도를 넘어서게 된다.
한양대 임삼진(林三鎭·교통공학과) 교수는 “고속도로에서 최고 제한속도를 설정할 때 설계속도는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라며 “안전을 위해 어떤 경우에도 설계속도를 초과해 제한속도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도로의 설계속도보다 10%가량 낮은 수준으로 최고 제한속도를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제한속도와 교통사고 발생이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연구팀이 국내 도로 가운데 최고 제한속도를 높였던 130개 지점에서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조사한 결과 82개 지점(63.1%)에서 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교통사범이 포함된 지난해 8·15대사면과 모형 단속카메라 철거 이후 교통사고와 보험사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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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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