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돌려 막기’로 대처=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선거비용으로 157억9000만 원을 마련했다. 2002년에는 69억9200만 원을 사용했다.
경남도는 2002년보다 271억1800만 원 늘어난 424억1400만 원을 편성했다.
전북 장수군은 자체 수입으로는 직원들의 봉급을 충당하지 못해 정부 교부금에 의지하는 상황에서도 선거비용으로 7억3000만 원을 책정했다. 여기에다 의원 보수로 1억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광역은 물론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가 2002년보다 2∼4배 늘어난 선거 예산을 편성하면서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2곳을 제외하고는 아직 선거보전 비용을 편성조차 하지 못했다.
울산시는 시의회 일반예산을 전용해 의원 19명의 보수(연간 12억∼14억 원)를 마련하고 부족한 액수는 공무원 인건비로 집행할 계획이다. 공무원 인건비는 다시 추경예산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전형적인 ‘돌려 막기’다.
정현옥(鄭顯玉) 부산 동구청장은 “선거비용으로 동구는 25억 원, 부산진구는 50억 원 정도의 추가 지출이 예상되는데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어떻게 부담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주민 숙원사업 차질=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데 한계를 느낀 지자체는 주민복지 및 지역개발 사업을 축소하거나 미루기로 했다.
경북 청도군은 선거비용(13억21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농로 확장과 진입로 포장 등 마을 단위 숙원사업 20여 개를 내년으로 미뤘다.
충북 음성군의 경우 올해 계획했던 소방도로 개설, 마을회관 건립, 진입로 확장 포장사업을 연기하기로 했다.
제주도 역시 지방도로 유지 보수사업 등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제주군 조천읍과 남제주군 남원읍을 잇는 도로 확장 포장사업을 위해 25억 원을 확보하려다 선거비용 부담으로 7억 원만 배정했다.
관광객에게 종합관광정보를 제공할 제주 시내 ‘웰컴센터’도 예산 부족으로 상반기 착공이 어렵게 됐다.
장기투자 사업이나 대규모 사업은 큰 영향이 없지만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셈이다.
장수군 신봉수 자치행정과장은 “선거를 치르는 데 드는 돈으로 마을회관 20개를 지을 수 있고 농로 20곳을 포장할 수 있다”며 “정부가 선거비용을 일부라도 보전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계속 반발=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9월 경남 창원시에서 회의를 열고 “지방정부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선거비용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을 어길 수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직선거법에 따라 관련 예산을 마련했다. 의원유급화 비용 역시 피해 갈 수 없다.
지자체들은 평균 재정자립도가 56.2%에 불과하고 자체 수입으로 직원의 월급을 주기도 힘든 곳이 41곳(16%)이나 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행정자치부가 부단체장 보수의 범위에서 지방의원 보수를 자율화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하자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상·하한선 제시를 요구했다.
이종화(李宗和) 대구 북구청장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의원유급화 등의 부담으로 심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자체의 반발이 지방자치제도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경남지역 시민단체인 민주도정실현 경남도민 모임의 석종근(石宗根) 대표는 “지자체가 선거비용을 정부에 전가하는 것은 정부의 간섭을 자청하고 지방자치를 포기하는 일”이라며 “지방자치의 근본인 지방의회와 의원을 위해 지자체가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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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얼마나 줘야 하나” 지자체간 눈치작전▼
“얼마가 적정할까, 정말 고민되네.”
지방의원 유급제에 따라 의원 보수를 결정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어느 수준에서 결정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
경기도가 지난해 도의원에게 지급한 금액은 의정활동비와 회기수당(회기 참석에 따라 주던 수당)을 포함해 1인당 2500만∼3000만 원. 도내 31개 시군 의원은 2000만 원 안팎을 받았다.
도 관계자는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 어느 정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지난해의 두 배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도 아직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공포되지 않아 수당을 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회기수당으로 시의원이 연간 2100만 원, 구의원이 17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난해 수준의 2, 3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예산 규모가 크고 재정자립도가 높다고 보수를 특별히 많이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의원 유급제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근거하고 있다. 회기수당을 삭제하고 월정수당을 신설하도록 바꾼 것. 유급제를 시행해도 의정활동비(광역의원 월 150만 원 이내, 기초의원 월 110만 원 이내)는 계속 지급한다.
행정자치부는 유급제 도입을 위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해 12월 29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국무회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다음 달 초 공포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월정수당을 지자체별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위원 10명(단체장 5명, 의회의장 5명 추천)은 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언론계 등 외부 인사로 구성한다.
수당은 주민의 소득 수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지방의회의 의정 실적과 지자체의 재정능력을 감안해 조례로 정한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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