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월곡동. 삼육대 사회봉사단과 고등학생 등 10여 명이 50여 가구를 찾아다니며 김치와 생필품을 전했다. 이들 중 급식봉사 활동을 하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월곡동 천사’ 전영숙(田英淑·여) 씨의 가족이 눈에 띄었다.
전 씨 남편인 삼육의명대 홍순명(洪淳明·53·건축설계) 교수가 “엄마 몫까지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아들 인표(24), 딸 예림(21) 씨와 함께 찾아온 것.
홍 교수와 예림 씨는 전 씨 대신 월곡봉사센터를 지키고 있다. 조의금 1000만 원은 모두 이 동네 20가구에 전달했다.
부녀는 금요일 반찬거리를 준비한 뒤 토요일마다 센터에서 따뜻한 밥을 주민에게 제공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 센터에 찾아오기 힘든 겨울에는 센터 문을 잠시 닫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생필품을 나눠 줬다.
예림 씨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급식봉사를 시작했다. 음식 준비, 설거지, 청소를 하다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그는 “엄마가 이런 점에서 힘드셨겠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인표 씨는 미국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12월 귀국했다.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아버지와 동생을 따라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다.
홍 교수는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따라 나서는 두 아이가 기특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다른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경기 구리시에 있는 집을 개조해 미혼모 보호시설을 만드는 일이다. 3월부터 10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도록 꾸미기로 했다.
홍 교수는 “아내가 떠난 쓸쓸한 집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