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새 4건… 천안 ‘살인의 공포’

  • 입력 2006년 1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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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이 멀다 하고 불에 탄 시체, 토막 난 시체가 발견되니….”

충남 천안시에서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주민들이 불안한 표정이다. 올해 들어서만 4건이고 2004년 이후 모두 17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7건의 범인을 아직 잡지 못했다.

▽살인사건 연쇄 발생=20일 오후 1시 반경 천안시 풍세면 가송리 ‘아산시 배방면∼연기군 소정면 간 도로 공사’ 현장 주변의 논에서 송모(26·여)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얼굴이 테이프에 감겨 보온용 비닐 덮개로 싸여 있었다.

송 씨는 생활정보지에서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20대 여성을 모집한다’는 H상사의 구인광고를 본 뒤 이력서를 챙겨서 12일 집을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같은 구인광고를 보고 12일 집을 나선 표모(26·여) 씨가 16일 오전 10시 50분경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송 씨의 시체가 있는 곳에서 50m가량 떨어진 지점이었다. 경찰은 구직 서류로 대출을 받으려는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용의자를 쫓고 있다.

이에 앞서 10일 오전 천안시 성환읍의 아파트 쓰레기 수거함 옆에서 비닐봉지에 든 50대 여성의 토막 난 시체가 나왔다.

1일에는 지난해 11월 실종된 이 지역 모 대학 경리부장 김모(52) 씨 가 살해된 채 인근 아산시 배방면의 한 농수로에서 발견됐다.

천안시 쌍룡동 I아파트에 살던 여고생 박모(당시 16세) 양은 2004년 10월 실종된 뒤 지금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치안대책 미흡=천안시내 강력사건은 2004년 4800여 건에서 2005년 5400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2004년 말 인구가 50만 명을 넘었지만 경찰서는 1곳뿐이다. 경찰 1인당 주민 수는 1000여 명으로 전국 평균(500∼600명)보다 많다.

김모(40·주부) 씨는 “살인사건이 잇따르자 부모들이 자녀를 밖에 내보내지 않으려고 한다”며 “특히 도심 외곽 지역 주민의 불안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찰서를 신설하도록 요구해 왔지만 2008년이 돼야 문을 열 예정이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2일 방범순찰대 4∼6개 중대를 증설해 순찰과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내용의 ‘천안시 특별 치안대책’을 내놨다.

또 천안시의 지원을 받아 범죄 취약지역과 고속도로 나들목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를 늘리기로 했다.

천안경찰서 김태규 형사과장은 “천안시는 경부, 호남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지나고 수도권 전철과 연결돼 기업체와 인구가 늘어나면서 강력범죄 발생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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