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석동현·石東炫)는 22일 지난해 7월 임수경(林秀卿·38) 씨의 아들이 필리핀에서 익사했다는 내용의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에 원색적인 욕설을 담은 댓글을 단 누리꾼 25명을 이번 주 초 전원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검찰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인터넷 게시판 등에 글을 올려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한 누리꾼을 사법처리한 사례는 있으나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 댓글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아 사법처리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씨는 대학생이던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조국평화통일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밀입북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복역하다 1992년 성탄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임 씨는 지난해 7월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아들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다 익사했고, 이 소식이 언론사 인터넷판 등을 통해 보도됐다.
당시 각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에 누리꾼들이 수백 건의 댓글을 올렸다. 특히 일부 신문의 인터넷판에 올라온 댓글 중 상당수는 임 씨에 대해 욕설을 퍼붓거나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이들 댓글 중에는 ‘김정일이 발가락이나 빨지 그랬어. ×××’ ‘빨갱이×, 아들이 죽어 싸지’ 등의 험담도 많았다.
임 씨는 일부 언론사 인터넷판에 문제의 댓글을 올린 누리꾼 가운데 25명을 모욕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IP 추적을 통해 댓글을 올린 피고소인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한 뒤 최근 이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25일경 이들 가운데 7, 8명을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같은 혐의로 벌금형에 약식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댓글을 다른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에 옮긴 1,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형법상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댓글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욕설이나 비방만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명예훼손보다는 모욕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검찰의 고소인 조사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댓글 문화에 누군가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피해자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임 씨는 아들이 숨진 충격으로 사회 활동을 접고 경남 합천군의 한 사찰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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