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기르는 일만큼 까다롭고 힘겨운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부모가 되기 위한 훈련이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모들은 아이를 기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토머스 고든은 자녀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쉽고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적극적 듣기’다. 상당수의 부모가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미리 판단하고 평가하려 하며, 아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무심하다. 이런 식의 대화가 지속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결국 마음의 문을 닫고 부모와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저자는 부모들에게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적극적으로 들을 것을 강조한다.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짓까지 고려해서 아이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라고 권고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부모가 귀 기울여 들었음을 아이에게 말로 전하고 아이가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 준다는 느낌은 굉장한 만족감을 불러일으키고, 상대방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
또한 저자는 부모들이 가급적 ‘나-메시지’를 사용하라고 말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부모들은 “그만 해라. 그러면 못써. 그만두지 않으면 혼날 줄 알아” 등과 같이 말한다. 이런 말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평가나 비난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그러한 비난의 대상이 바로 ‘너’, 즉 아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와 반대로 아이의 행동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말하면 ‘나’, 즉 부모가 중심이 된 나-메시지를 사용하는 것이 된다. 가령, “금방 다시 이렇게 어질러 놓으면 엄마는 정말 기운이 쏙 빠져”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메시지를 사용할 경우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드러내게 되는데, 부모가 먼저 자신을 열어 보일 때 아이도 솔직하게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열어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패(無敗) 방법’이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불가피하게 갈등이 발생하고, 많은 경우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인가’라는 식으로 힘겨루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무패 방법은 어느 쪽이 이기거나 지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가능한 해결책을 서로 제시하고 합의하여 최종 해결책을 이끌어 낸다. 해결책이 채택되고 나면 양쪽 모두 동의한 것이므로 해결책에 반발하는 일도, 강제로 따르게 할 필요도 없다. 부모와 아이가 의사 결정 과정에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더 강한 실천 의지를 느끼기 마련이다.
아이들을 기르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나 역시 부모로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든이 말한 것처럼 나도 부모로서 아이 앞에서 늘 옳지는 않으며, 아이의 문제인 줄 알았던 것이 내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또 다른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서영석 건국대 교수 상담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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