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학으로 도약”=‘연세대 송도 국제화 복합단지’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연세대는 1단계로 2007년 3월 송도국제신도시 5, 7공구 28만 평에 강의관과 연구관, 교직원 주거시설 공사를 시작해 2010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연세대는 이 단지에 신입생의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학부대학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행정과 의료 및 복지 서비스를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제공하는 ‘글로벌 아카데미 빌리지’를 조성해 해외 석학과 그 가족들이 언어 소통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것.
2011년부터 시작되는 2차 단계 사업에서는 생명공학기술(BT)과 나노기술(NT) 등 첨단 기업 연구시설과 연계해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연구산업단지와 북한 및 동북아 정치경제사회연구단지를 조성한다.
연세대는 1000∼2000명의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 인문사회과학과 생명공학을 영어로 교육하는 언더우드국제학부를 확대 이전하고 외국 유명 대학에 송도캠퍼스 인근 토지와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해외 자매대학 캠퍼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 |
▽지난해 말부터 논의=연세대와 인천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구상을 논의해 왔다.
연세대 정창영(鄭暢泳) 총장은 “신촌 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새 부지를 물색해 오던 중 국제학술연구단지가 들어서는 송도신도시를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수도권에 캠퍼스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신도시를 주목하게 됐다는 것.
연세대는 이를 통해 5개 연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연세 비전 2020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연세대 송도캠퍼스 유치를 계기로 송도국제신도시의 산학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복안이다. 인천시는 2009년 9월 인천지하철 1호선을 송도 지역까지 연장 개통하는 등 송도캠퍼스 건립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자금조달이 최대 과제=연세대는 우선 캠퍼스 신설을 위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연세대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부지는 평당 50만 원 수준으로 땅 값만 2750억 원대다.
연세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각종 기부금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이미 재정 악화로 등록금을 대폭 인상할 정도여서 학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경제자유구역을 관할하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구체적인 개발계획 변경 및 사업실시 계획을 인천시에서 받은 뒤 송도캠퍼스 설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반응이다.
재경부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위원장 경제부총리)를 열어 △평당 매입가격의 적정성 △다른 공구와의 시너지효과 △외국학교 우선 유치 원칙 등을 검토하게 될 전망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장기 발전 방안으로 큰 자극” 다른대학들 촉각▼
연세대의 송도캠퍼스 조성 안에 대해 연세대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간부 30여 명은 26일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정창영 총장이 앉아 있는 단상 뒤편에 빙 둘러서 “송도 이전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상호(23) 총학생회장은 “학생들과 상의 없이 체결된 협약서는 무효”라며 “학교가 등록금을 12%나 올릴 정도로 돈이 없다고 하면서 거액이 들어가는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학 동아리연합회 안인주(22) 회장은 “학부생이 송도캠퍼스에서 공부하면 동아리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계열 학부대학생 김슬아(20·여) 씨는 “선배들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수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학부대 김용학(金用學) 학장은 “학생들이 좋은 시설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연세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학교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학교 재정상 무리”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른 대학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학교 발전 방안”이라면서 “재원을 마련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기갑(朴基甲) 기획예산처장은 “연세대의 송도캠퍼스 조성 안은 다른 대학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며 “고려대도 장기 발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차동옥(車東鈺) 대외협력처장은 “성균관대도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터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