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윤 씨에게 “돈을 빌려 줬다”고 주장한 유력 인사들도 윤 씨에게 말 못할 약점이 잡혀서 이렇게 진술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이라고 협박하다 도리어 당한 윤 씨=윤 씨는 1997년 5월 시중은행 지점장 최모 씨에게 부탁해 1억 원을 대출 받았다. 윤 씨는 최 씨에게 대출 사례금 1000만 원을 건넸다.
대출금 상환일인 같은 해 11월 윤 씨가 돈을 갚지 않자 최 씨는 윤 씨에게 돈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그러자 윤 씨는 도리어 최 씨에게 “나에게 뇌물 1000만 원을 받지 않았느냐”고 협박하면서 ‘증거’를 들이댔다. 금융기관 종사자가 대출 사례금 명목 등으로 고객에게서 돈을 받을 경우 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뇌물죄로 처벌된다는 점을 이용해 최 씨를 협박한 것.
최 씨는 결국 자신이 윤 씨에게 돈을 빌려 준 것으로 하고 대신 대출금을 갚았다.
그 후 최 씨는 뇌물죄의 공소시효(1000만 원 이하 5년)가 만료된 2003년 윤 씨를 상대로 이 돈을 돌려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4월 윤 씨에게 이 돈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과연 빌려준 것인가=검찰은 윤 씨가 최 씨에게 사용한 수법을 다른 정관계, 법조계 인사들에게도 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윤 씨의 차명계좌와 윤 씨가 사용한 수표를 추적해 현직 판사와 검사, 검사장 출신 변호사, 전 경찰청 차장, 국회의원, 기업 유력 인사들이 윤 씨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대부분 윤 씨에게 “돈을 빌려 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왜 윤 씨에게 거액을 빌려 줬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선 최 씨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윤 씨에게 뭔가 말 못할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예컨대 윤 씨에게 ‘인사 관련 청탁’을 하면서 돈을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 씨는 최근 이들 중 일부에게 사람을 보내 “내게 준 돈은 빌려 준 것으로 진술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유력인사들이 윤 씨에게 “돈을 빌려 줬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있다.
브로커 윤상림 씨에게 돈을 준 유력 인사들과 돈을 준 명목 | |||
구분 | 이름 | 액수 | 해명 |
정치인 |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 | 5000만 원 |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대금 지급 |
윤영호 전 마사회장 | 수천만 원 | 선거 때 빌린 돈 갚은 것 | |
경찰 |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 2000만 원 | 친구 통해 빌려 준 것 |
법조인 | 고검장 출신 변호사 | 1억 원 | 사업자금 빌려 준 것 |
전직 검사장 출신 등 변호사 10여 명 | 1000만∼2000만 원 | 빌려 준 것(2명은 검사 재직 시 돈 거래) | |
현직 판사 2명 | 각각 9000만 원, 4000만 원 | 빌려 준 것 | |
기업인 | 임승남 반도건설 회장 | 1600만 원 | 변호사 비용 등 대신 전달 |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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