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정동민·鄭東敏)는 "영국계 투자법인 헤르메스의 전 펀드매니저 로버트 클레멘츠 씨가 언론 인터뷰를 이용해 삼성물산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팔
아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 중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권거래법의 양벌(兩罰)규정에 따라 헤르메스 펀드를 벌금 73억 원에 약식기소했다. 양벌규정이란 법인대표나 법인의 대리인이 법인의 업무에 관해 위법행위를 했을 때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헤르메스는 2004년 11월 2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언급하고, 이틀 뒤 이에 관한 기사가 보도돼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자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팔아 290여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헤르메스가 주가조작을 통해 290여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지만 보유기간과 매매시점 등을 고려해 계산했을 때 부당이득은 80여억 원"이라며 "이 가운데 수수료 등을 뺀 73억 원에 대해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클레멘츠는 외국에 체류 중이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뒤 기소중지 했다"며 "헤르메스 경영진이 클레멘츠 씨와 주가조작을 공모한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클레멘츠와 조선일보의 인터뷰를 주선하는 등 주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아온 대우증권 김모 대리에 대해서는 "헤르메스의 주식 매매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었고 범의가 없었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대해 헤르메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검찰의 기소를 수용할 수 없다"며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뜻을 나타냈다.
헤르메스는 영국의 우체국 및 전화국 직원의 퇴직 연금 등을 운용하는 펀드운영사로 총 운영자산이 91조2000억 원에 달하고 한국에는 5000억 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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