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민 200여 명은 지난해 12월 ‘경주희망연대’를 결성했다. 방폐장 건설사업과 지원 대책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1일 만난 경주희망연대 김성장(金星章·45) 대표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방폐장 문제가 어렵게 결정됐으니 정부는 후속 대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의 대표적 사회단체인 포항지역발전협의회는 최근 방폐장 탈락지역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2일 실시한 주민투표를 통해 방폐장 부지를 확정한 지 꼭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유치지역과 탈락지역 모두 불만이 커져 가고 있을까.
▽지지부진한 지원 대책=경북 경주 포항 영덕 및 전북 군산 등 4개 지역이 치열한 유치전을 펼친 이유는 방폐장이 지역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정부는 19년을 끌어온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려고 특별지원금 3000억 원을 포함한 ‘당근’을 제시했다. 지난해 3월에는 특별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후속 대책은 감감하다.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가 ‘꼭 지킬게요! 국민 여러분과의 약속’이라는 홍보물을 만들어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지 않았다.
우선 특별지원금 3000억 원을 언제 지원할지 자체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특별법에 따라 유치지역에는 사업 초기단계에 3000억 원을 집중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과 산자부령은 ‘지급 시기는 방폐장 운영 전까지 유치지역 자치단체와 협의한 후 결정한다’로 모호하게 표현했다.
산자부 나기용(羅基龍) 방사성폐기물과장은 “지급 시기와 방법에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지원금을 한꺼번에 줄지 나눠서 지급할지 등 세부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이제부터 경주시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모호한 탈락지역 지원책=정부는 지난해 11월 3일 방폐장 예정지로 경주시를 공식 발표하면서 탈락지역에 대한 지원책을 국가균형발전의 틀 안에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방폐장 유치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다가오면서 경쟁이 과열되자 탈락지역을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경북 포항시와 영덕군, 전북 군산시는 방폐장 부지 확정 뒤 경제자유구역 지정, 원자력의학원 건립, 생태개발사업 등을 건의했다.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북 부안군 역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와 위도 여객선 건조 등 4개 사업을 지원해 주도록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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