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과학 연구에서 애국심과 진실 규명’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 고교생 논술 주제

최근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파스퇴르는 “과학자에게 국경은 없지만, 조국은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과학적 성과는 국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과학자는 과학적 진실에 기반을 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과학 연구에서 애국심과 진실 규명이 충돌할 경우 어떤 가치가 우선되어야 하는지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김동우 전북 전주시 동암고 2학년

①황우석 교수가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서부터 논문을 조작했다는 소식이 들리기까지 많은 사건이 있었다. ②황우석 교수가 파스퇴르의 “과학자에게 국경은 없지만, 조국은 있다”란 말을 인용하여 한 말은 큰 시사점을 던져 준다.

현대의 과학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국제적 언어이다. ③이것은 과학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기인하는데, 이 특성은 보편성이다. ④이러한 특성은 옛날부터 과학자들이 이루어온 지식들이 쌓이고 쌓여서 몇 가지의 통일된 법칙이나 이론들로 자리잡아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통의 언어를 습득하여 사용하는 ⑤과학자들에게 과학이라는 하나의 언어가 존재할 뿐 어느 나라에 있는지는 상관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가 과학적 성과를 만들어 내면 그것은 과학이라는 언어로 풀이되어 전세계적으로 평가되고 인정되면 하나의 진실된 과학적 성과가 되는 것이다.

⑥과학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동시에 현대사회의 과학연구는 한 나라의 국익을 위하여 매우 중대한 역할을 띠고 있다. ⑦그래서 한 나라에 충성하는 애국심에 치우쳐져 과학적 성과를 꾸며서 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가 진실됨을 버리는 순간 그것은 거짓말쟁이에 불과하다. ⑧그리고 과학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에서 멀어지게 되어 국경 없는 과학자들의 세계에서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고 또한 아무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⑨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학연구에서 막연한 애국심으로 진실을 왜곡시키는 행위는 위험하다. 그 때문에 과학연구에서 애국심과 진실 규명이 충돌할 경우 과학적인 진실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 첨삭지도

①‘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서부터’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배아줄기세포 수립 과정부터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되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정도가 좋다.

② 앞 문장과의 논리적인 연결성이 부족하다. 논제인 ‘애국심과 진실 규명’을 부각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③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의미 전달에 더 효과적이다. ‘이는 보편성이라는 과학의 특성에서 기인한다’로 고쳐 보자. 논제의 성격상 ‘보편성’ 대신 국익과 연관된 ‘실용성’을 언급하는 것이 좋다.

④ 호응관계가 맞지 않는 비문이다.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주장만 담는 것이 좋다.

⑤ 모호한 내용이어서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어느 나라에 있는지는 상관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부분은 삭제하는 것이 좋다.

⑥ 주어는 앞부분에 위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과학연구는 과학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동시에 그 과학적 성과는 한 나라의 국익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로 고치자.

⑦ ‘애국심’은 나라에 충성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애국심을 수식하는 ‘한 나라에 충성하는’ 이라는 표현은 군더더기이므로 생략하는 것이 좋다.

⑧ 국익보다는 진실성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좀 더 부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가지 주장을 확실히 하는 것이 여러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

⑨ 전체 논지와 관련해 볼 때 타당한 결론이지만 논거 제시가 다소 미약해 아쉬움을 준다.

■ 생각 넓히기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의 충격과 파장은 과학연구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 볼 기회를 주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의 과학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사회적 책임도 질 것을 요구받는다. 특히 현대의 첨단 과학기술 시대를 이끄는 과학자들에게 이는 기본 소양이라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위대성은 물리학에서 보인 그의 탁월한 업적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 고도의 윤리 의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과학 연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는 점을 잘 보여 주었다. 과학적 성과가 아무리 경제적 가치가 높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진실과 거리가 있다면 이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장밋빛 희망을 주는 과학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과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통감하게 된다.

또한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과학계의 전체 시스템을 점검하고 반성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스타 과학자 위주로 움직여 왔던 기존의 과학 관리 시스템이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투명성이 보장되는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이정록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총평

과학연구는 국익보다는 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잘 담겨 있다. 특히 결론 부분에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점이 돋보인다. 이처럼 자신의 주장이 분명한 논술문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논술은 분량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주어진 분량 내에서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해야 한다. 논제와 관련성이 미약한 부수적인 면에 집착하다보면 전체 글의 논지를 해칠 수 있다. 이 글의 논제는 ‘과학연구에서 애국심과 진실 규명 중 어떤 가치가 우선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기 때문에 글의 초점을 이 곳에 모아야 한다. 하지만 ‘과학의 보편성’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서술한 탓에 주요 내용은 다소 빈약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너무 거창한 논술문을 작성하려는 욕심 때문에 생긴 일로 보인다. 비록 논제 파악이 올바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처럼 핵심에서 벗어난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러한 면은 문장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⑥과 ⑧의 경우 핵심적인 주장은 ‘과학연구는 국익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이므로 이 부분이 부각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 문장 안에 주요 내용과 부수적인 내용이 혼재되어 글의 초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논술은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논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부수적인 내용은 군더더기라 생각하고 과감하게 빼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규태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고교생 다음(2월 14일) 주제

덴마크의 한 일간지가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테러범으로 풍자한 만화를 게재하면서 이슬람권이 분노하고 있다. 유럽 국가의 대사관에 방화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슬람권은 “마호메트에 대한 모독”이라며 ‘만화가에게 죽음을’을 외치고 있는 반면, 유럽 언론은 “종교도 표현의 자유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옹호하는 분위기다. ‘문화 상대주의’와 ‘문명의 충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고교생은 2월 10일까지, 중학생은 2월 17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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