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들어갔을 때 인근 소방출장소에는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일분일초가 지나면서 영월의 아이들 3명은 의식을 잃어갔다.
10일 서울에서도 후천성 자폐증을 앓고 있는 11세 소년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소방관이 오기 전 주민들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처절한 절규=9일 오후 6시 12분 강원 영월군 서면 쌍룡5리 조모(41) 씨 집에서 불이 났다. 조 씨의 딸(6)과 친구 유모(7) 양, 유 양의 여동생(4) 등 3명만 있었다.
학원을 운영하는 조 씨 부부는 집에 없었다. 유 양은 119로 전화해 다급하게 말했다.
“신발장에 불이 났어요!”
영월소방서 상황실은 어른이 있는지 물었다. 아이들밖에 없다고 하자 “집 밖으로 빨리 나와. 밖에다 대고 불이 났다고 소리쳐”라고 말했다.
출입구에서 불이 난 탓에 아이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 유 양은 “창문이 있는데 창문에 뭐 던져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하라는 말을 듣고 유 양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창문이 깨지지 않자 유 양은 다시 119로 전화를 걸었다. “(불이) 커지고 있어요! 빨리 오세요!”
영월소방서는 조 씨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주천소방파출소 쌍룡출장소로 출동명령을 내렸다.
▽대응, 적절했나=영월소방서에는 화재 현장의 도착 시간이 오후 6시 19분으로 기록돼 있다. 조 씨의 집에서 600여 m 떨어진 쌍룡출장소에서 7분이 걸렸다는 얘기다.
본보는 서울 등 6대 도시의 화재를 분석해 소방차가 신고 뒤 5분 내에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일반인이 끄기 힘들 정도로 불길이 확산되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쌍룡출장소의 김모 소방관은 실제 도착 시간은 신고를 받은 지 3분 정도 지난 뒤였다고 해명했다. 불길이 무섭게 번져 나가 인근 주민을 대피시킨 뒤 도착 시간을 뒤늦게 소방서에 알렸다는 것.
불은 집을 모두 태운 뒤 50여 분 만에 꺼졌다. 조 양 등 3명은 불길과 연기를 피해 거실로 안방으로 도망쳤다. 아이들은 안방의 침대와 화장대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1세 소년의 죽음=10일 오후 8시 15분 서울 서초소방서 상황실에는 화재 신고 전화가 잇따랐다. 서초구 반포1동 한 연립주택 2층에서 불이 났다는 이웃 주민들의 신고였다.
연립주택에서 2km 떨어져 있는 서초소방서 잠원소방파출소에서 화재 현장까지 걸린 시간은 7분. 차가 많이 막혀 현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고 당시 소방관들은 전했다. 그 사이 이웃 주민들이 소화전을 이용해 진화에 나섰지만 김모(11) 군은 안방 옷장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김 군과 함께 집에 있던 누나(20)는 “작은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안방에서 파닥파닥 소리가 나더니 연기가 새어 나왔다”며 “순간 놀라 집을 뛰쳐나왔는데 안방에 있던 동생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김 군은 아버지와 누나 2명과 함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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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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