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로 엮은 발을 들어올리자 해초가 보였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발을 훑은 지 1시간 만에 바구니 4개가 검푸른 해초로 가득 찼다.
이들이 채취한 것은 매생이. 청정해역에서 자라는 해조류로 ‘바다의 솜사탕’이라 불린다. 부드럽게 입 안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정약전(丁若銓·1760∼1816)은 한국 최고(最古)의 어류학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다. 국을 끓이면 서로 엉켜 풀어지지 않으며 맛이 향기롭다”고 매생이를 묘사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안가 주민이나 일부 애호가만 매생이의 감칠맛을 알아줬다. 어민들은 한 때 김발에 엉겨 붙은 매생이를 떼서 바다에 내던졌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일부 식당이 애주가의 속을 푸는 해장국으로 매생이 국을 팔면서 입소문이 퍼졌다.
요즘은 철분과 비타민A가 많고 위궤양 예방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
전남 강진군 마량면 김장순(56·여) 씨는 “김 양식으로 연명하던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버렸던 매생이가 이젠 금값이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서울 강남점과 타워팰리스 내 스타수퍼에서 매생이 3t을 판매했다. 3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사창환(식품매입팀) 대리는 “고객에게 매생이 조리법을 설명하는 판매사원을 따로 둘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매생이는 전남 장흥, 완도, 강진, 고흥 등 일부 해안에서 생산되지만 ‘장흥산’을 최고로 친다. 장흥에는 내만(內灣)이 있어 바람이 적고 수온이 섭씨 7∼8도여서 매생이가 잘 자란다.
100% 자연산 매생이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나기 때문에 냉동이 아닌 생매생이는 이 기간에만 맛볼 수 있다.
매생이는 1재기(작은 국그릇의 사투리로 약 500g에 해당)에 4000원 선에 팔린다. 전국 매생이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전남은 지난해 900t을 생산해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덕읍 내저마을 김금진(47) 어촌계장은 “올해 33가구가 370t 정도를 채취해 가구당 8000만 원의 소득이 예상된다”며 “비슷한 시기에 생산되는 김보다 소득이 3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장흥군은 매생이를 통조림이나 차, 천연조미료, 수프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매생이 국 맛있게 끓이기:
청정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맑은 물에 한 번 정도만 가볍게 헹구고 체로 걸러낸다. 냄비에 매생이 양의 1.5배 정도 되는 물을 붓고 마늘 서너 쪽을 빻아 넣는다. 생굴을 조금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을 때 매생이를 넣으면 된다.
하얀 빛의 거품이 일면 국자로 한 두 번 저은 다음 불을 끄고 조선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한다.
너무 끓이면 매생이가 아예 녹아서 물처럼 돼버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차게 먹어도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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