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육대 총장 관사 옆 오솔길을 따라가면 ‘제명호’라는 호수가 나온다. 그 뒤로 숲이 병풍처럼 호수를 감싸고 있었다. 사포로 다듬은 듯한 서어나무는 제법 맵시가 있다. 진회색의 탄탄한 기둥은 코끼리 다리처럼 튼튼해 보인다. 표피 호흡을 하느라 숨통을 튼 자국이 나무에 세로로 길게 남아 있었다.
겨울 숲은 바닥만 보고 걸어도 인근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가지런히 내려앉은 낙엽 때문이다. 손바닥 크기의 신갈나무 잎은 밟으면 바스락거리며 제법 큰 소리를 낸다. 서어나무 잎은 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어나무 잎은 사르륵거리는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다.
경사가 급한 지역으로 가면 서어나무 천지다. 경사지는 산 윗자락에서 양분이 섞인 물이 내려와 토양이 비옥하기 때문이다.
서어나무는 햇볕이 들지 않아도 잘 자란다. 서어나무의 무성한 잎에 가려 소나무는 도태되고 만다. 동국대 오충현(吳忠鉉·산림자원학) 교수는 “토지가 비옥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식생이 서서히 소나무에서 신갈나무로, 그리고 서어나무로 바뀐다”고 말했다.
삼육대를 둘러싼 숲 12만5000여 m²(3만7800여 평) 가운데 11% 정도에 서어나무만 자라고 있다.
키가 1∼3m 되는 어린 서어나무들이 숲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시대에는 태릉(조선 11대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의 능)이 근처에 있어 산지기의 감시를, 광복 이후에는 대학 측의 보호를 받았다. 오 교수는 “크고 작은 나무가 다양하게 섞여 있어야 미래가 있는 숲”이라며 “이 점 때문에 삼육대 숲이 보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화랑대역 1번 출구로 나가 202, 1155, 1156, 1225번 버스를 이용하면 10분 거리. 02-3399-3636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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