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27명인 ‘미니 학교’ 여남고가 1985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졸업생 전원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경사를 맞았다. 이 학교가 올해 배출한 졸업생은 11명.
이나리(18) 양 등 3명이 도서지역 특별전형으로 광주교육대에 합격하고 전남대 여수캠퍼스, 목포해양대, 여수한영대에 1명씩, 순천제일대에 4명이 합격했다.
3학년 때 직업훈련교육을 받아 2급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박세환(19) 군은 경기 안성시의 한 기업체에 취업했다.
중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육지 학교로 빠져나가고 사교육 한번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여남고가 거둔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는 12명의 섬마을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섬 지역만의 교육 여건이 한몫을 했다.
교사들은 학생이 줄어들자 관사를 3학년 학생들의 기숙사로 활용했다. 교사들 역시 이 관사에서 1년 내내 학생들과 함께 숙식을 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교사와 한밥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오전 1시까지 기숙사에서 공부를 했다. 국어, 영어, 수학 교사들은 ‘과외 교사’를 자처했다.
이 학교 이응식(李應植·55) 교감은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별지도가 가능했다”며 “아이들 모두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급식비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지난해 GS칼텍스가 1100만 원을 지원하고 이 지역 출신 인사가 600만 원을 보태준 것도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 학교 2학년인 이유미 양은 “수업이 끝나면 배드민턴을 치거나 배구를 하는 등 선생님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며 “공부에 지칠 때면 학교 뒷산에 올라 산책하는 등 육지 학생들이 체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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