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단상에 마련된 귀빈석 옆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이 학사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에는 정장 차림의 장애인이 머쓱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졸업식장을 찾은 사람들은 장애인 두 사람이 왜 단상에 있는 지 궁금했다. 사회자가 귀빈석에 두 사람을 특별히 모신 사연을 소개하자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휠체어 장애인 최승규(37) 씨는 이 대학 사회복지학부를 졸업한 만학도다. 최 씨는 이날 졸업장과 함께 졸업생 20명을 대표해 봉사상을 받았다. 정신지체 1급인 박종열(34) 씨는 졸업생은 아니지만 특별선행상을 받았다. 4년간 최 씨의 손과 발이 돼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학교 측이 특별히 마련한 상이었다.
이들은 1996년 장애인 공동체인 ‘작은 예수회’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해졌고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줬다. 목욕을 함께 하고 밥을 먹여주며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냈다.
최 씨가 광주대에 입학한 것은 2002년. 초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한 최 씨는 사회복지학부에 합격했으나 학교에 다닐 일이 막막했다. 이 때 박 씨가 선뜻 휠체어를 밀어 주겠다고 나섰다.
작은 예수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40분 거리. 강의실에 도착하기 위해선 적어도 1시간 전에 나와야 했다. 박 씨는 수업 중에도 최씨의 곁에서 책장을 넘겨줬다. 양치질을 비롯해 매끼 식사를 챙기는 것도 박 씨 몫이었다.
최 씨가 받은 졸업 평점은 3.48. 틈틈이 자격증 시험도 준비해 사회복지사 2급,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을 땄다. 2002년에는 인권 동아리 ‘아우르기’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인정해 학교 측이 준 게 바로 봉사상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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