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KTX 승무지부 소속 노조원 350여 명은 25일 오전부터 다음달 1일 철도노조의 총파업에 앞서 사복 준법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사측인 철도유통(구 홍익회)이 정복근무 규정 위반이라며 사복을 입은 승무원의 탑승을 제지해 경부, 호남선을 포함한 주말 왕복 열차 85대가 승무원 없이 운행됐다.
25일 오전 6시40분 서울발 동대구행 101호 KTX 열차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여승무원 세 명이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다.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으로의 전환, 인력충원 등에 대한 강한 요구 표시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철도노조의 총파업에 앞선 준법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정복 대신 사복을 입은 것.
이에 대해 철도유통은 '고속철도 승무원 운용지침' 제10조 1항 '제복 및 명찰 패용' 규정에 따라 이들의 탑승을 제지하고 결근 처리했다.
KTX 열차 서울 승무지부 소속 여승무원 100여 명과 부산 승무지부 소속 여승무원 50여 명은 25일과 26일 서울역 대합실과 부산역 승무사무소에서 "준법투쟁을 허용해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KTX 열차 민세원(32·여) 서울 승무지부장은 "철도공사와 계열사인 철도유통이 서로의 책임을 미룬 채 우리의 요구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도유통 관계자는 "철도유통 소속 KTX 여승무원이 하는 일이 비슷하다며 철도공사의 파업에 참가하겠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승무원들이 철도유통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우리의 제의를 거절한 채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승무원 없는 열차 운행의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의 몫이 됐다.
승객들은 승차 이용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없었고 특히 일반실에 비해 40%가량 요금이 비싼 특실승객의 경우 음료와 담요제공 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특실 이용자 이성희(43·여·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씨는 "평상시에는 잠자기 전 여승무원에게 요청해 담요를 사용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쌀쌀한 데다 담요도 없어 감기 기운이 도졌다"며 "비싼 돈을 주고 특실을 끊었는데도 아무런 서비스가 없는 게 말이나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현태(70·서울 동작구 상도동) 씨는 "나이가 들어 눈이 어둡기 때문에 평소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찾는데 오늘은 주변 젊은이들에게 따로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고 불편을 털어놨다.
철도유통 김선웅 총무부장은 "승무원은 객실 서비스만 담당한 데다 열차팀장, 차량관리장 등이 탑승하고 있어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승무원들이 복장 규정을 준수한다면 당장이라도 승무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