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삶은 못다한 장애인 봉사로…”

  • 입력 2006년 2월 27일 17시 58분


정년퇴임을 맞은 이상우 교장과 학생들주몽학교 제공
정년퇴임을 맞은 이상우 교장과 학생들
주몽학교 제공
"여러분에게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떠나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정년퇴임을 맞은 이상우(李相雨·62) 교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장애인 특수학교인 '주몽학교'에서는 27일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3년 간 학교를 맡았던 이 교장이 42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 80여 명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교장은 학생을 일일이 끌어안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1964년 교사가 된 이 교장은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자료를 만들고 논문을 쓰며 소외된 학생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였다.

교육 연구원으로 벽지의 학교를 찾아가 과학실험 수업을 하며 꿈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이 교장의 모습은 많은 교사에게 감동을 주었다.

1988년부터는 교장으로 충북 제천시 청풍초교와 보은군 아곡초교, 청원군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인 청주혜화학교를 거쳐 주몽학교를 맡아왔다.

이 교장은 "장애 학생을 항상 칭찬하고 섬겨야 한다"고 교직원에게 강조했다.

그는 주몽학교의 숙원사업이던 50인승 초대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중앙 냉난방 장치를 만들었다. 몸이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사이버 재택교육시스템을 도입했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21) 씨와 2004년 아테네장애인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박성현(22) 씨를 키워낸 것도 이 교장의 열정이었다.

박재상(朴在相·47) 교무주임은 "교장 선생님은 비싸고 구하기 힘든 장비라 해도 장애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면 어떡해든 구해오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운동장까지 배웅 나온 교직원과 학생을 돌려보내며 "남은 삶 동안 장애인에게 못 다한 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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