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박진서]안정적 직장만 찾아선 미래 없다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8분


코멘트
“매일 아침 가젤(아프리카의 초식동물)은 깨어난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안다.”

“매일 아침 사자도 깨어난다. 사자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등하다’란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들이 각 기업에 컨설팅을 해 주면서 생존경쟁의 냉혹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보고서에 종종 인용하는 구절이다.

이런 생존환경에 내던져질 한국 대학생들의 직업관은 심하게 말하면 미래가 없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이 직업을 선택할 때 연봉이나 자아실현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도 공무원(공기업 포함)이었다.

이런 대학생들의 직업관은 취업 후에는 퇴출 위험성이 높은 승진을 원하지 않고 도전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핵심부서보다 비교적 무풍지대인 부서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평생 고용’의 개념은 사라져 가고 있는데 ‘안정성’에만 안주하려는 것은 분명 변화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직업관이다. 또한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이기도 하다.

작년 말 현재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33∼40%, 취업 재수생도 해마다 늘어나 4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취업자 10명 중 6명은 전공과 관계없는 이른바 묻지 마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취업 첫해에 30% 이상이 퇴직하거나 전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변화의 소용돌이가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우리 정부는 아직도 단순직일지언정 개수만 늘려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대학도 학생들의 단순 취업 건수에만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대학생들이 오직 고용 안정만을 선호하는 현실은 20년 앞을 내다보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선진국의 현실에 비춰 보면 자신을 도리어 뒷걸음질치게 할 뿐이다.

박진서 전 아더앤더슨 코리아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