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노동자들은 경찰의 공권력을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농성을 해제하고 '산개투쟁'에 들어갔다.
◇ 출근길 시민불편 극심
서울 지하철의 경우 서울메트로가 단독 운영하는 2호선은 정상 운행되고 있지만 철도공사와 함께 운행하는 1,3,4호선에서는 전동차 운행 횟수가 급감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으로 서울메트로측이 전동차 운행횟수를 평소 하루 810회에서 860회로 늘렸지만 철도공사 소속 전동차의 운행이 크게 줄면서 현재 이들 노선에서의 전동차 운행은 평소(1574회)보다 30%가량 줄어든 1100회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원역에서도 국철 1호선 상하행선의 운행횟수가 평소 하루 160회에서 81회로 절반 수준에 그치며 배차간격이 늘어나자 열차가 들어설 때마다 먼저 타려는 손님들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분당선과 안산선도 전동차 배차 간격이 평소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도가 버스운행 확대, 택시부제 해제, 전세버스 투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평소 하루 상하행선 342편이 운행되던 경인전철 전동차가 이날 파업 여파로 40% 가량의 운행률을 보이고 배차 간격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역과 전동차 혼잡에 시달렸다.
대전에서는 대전역을 경유하는 경부선 KTX 상하행 열차가 평소 100여편에 이르던 것이 48편 수준으로 감소해 역을 찾았던 이용객들이 고속버스터미널 등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루 9차례의 통근 열차가 운행되는 대구-포항 구간도 오후 6시30분 동대구 출발 열차를 제외한 모든 통근열차의 운행이 취소됐으며 광주-순천간 통근열차도 모두 운행하지 않아 출근길과 통학길의 시민과 학생들 발목을 잡았다.
부산행 KTX는 이날 오전 5시25분 서울행 첫차가 만석으로 출발한 데 이어 낮 12시까지 특실과 자유석 일부 좌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진돼 이른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 물류 수송 차질
부산역에서는 평소 하루 144편씩 운행되던 화물열차가 4분에 1에도 못 미치는 32편만 운행돼 화물수송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입화물의 경우 부산에서 평소 하루 56편의 화물열차가 약 2000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해 왔으나 이번 파업으로 20편의 화물열차만 운행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화물 적체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자성대부두 등지에서는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야적장에서 인근 철도역까지 화물을 수송하는 작업을 전면 중단시키고 대체 수송수단으로 일부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경북 영주에서도 화물열차 운행이 잇따라 취소돼 평소 하루 156차례 운행되던 화물열차가 22차례만 운행될 예정이어서 수도권 등으로 옮겨야 할 시멘트와 석탄 등의 화물 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통영과 거제 등지에서 서울로 가는 신선물 수송도 일부 이뤄지지 않았다.
◇ 노조 파업 농성 풀고 '산개 투쟁'
파업 지도부는 이날 오전 경찰의 조기 공권력 투입 방침이 전해지자 서울 이문동 차량기지에서 노조원 6000여명과 함께 벌이고 있던 농성을 일단 해산하고 각 지역별로 10여명 단위로 흩어져 '산개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 노조원 6000여명은 28일 밤부터 벌여 오던 농성을 풀고 12시 현재 석계역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노조 지도부는 노조원들에게 "10여명씩 조를 이뤄 지역별로 산개투쟁을 벌이라"고 지시한 상태지만 농성이 해산된 상태에서 개별 노조원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 상당수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성을 푼 노조원 가운데 고참 기관사를 중심으로 일부 노조원 사이에 "파업 명분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회사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져 철도 운행이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농성 해산에 따라 대규모 공권력 투입은 불필요하게 됐으나 전국에 흩어진 일부 소규모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은 남게 됐다.
◇ 경찰, "언제든 공권력 투입 가능"
경찰은 전국 파업 농성장과 집회 장소 부근에 전·의경 97개 중대를 배치, 행사장에 대한 수색과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은 또 농성이나 시위가 예정된 장소 주변에 폴리스라인 설정, 근무복 차림 경관 배치, 차량 바리케이드 설치 등으로 접근로를 차단하고 국회나 정당 당사 등에 대한 집단 진입도 사전 봉쇄하기로 했다.
경찰측은 "지금 당장이라도 결정이 내려지면 5분 이내에 일제히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해 강제해산 작전이 이미 수립돼 있음을 시사했다.
경찰의 조기 공권력 투입 방침에는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필수공익사업장에서 불법파업을 강행한 것은 법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좌시할 수 없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김영훈 위원장과 각 지역 지부장 등 노조 지도부11명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상태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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